중앙은행이 페이스북 암호화폐를 진짜 두려워하는 이유… 저커버그, 백악관 방문해

입력 : ㅣ 수정 : 2019-09-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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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규제당국, 페북 리브라 집중 견제
핵심 우려, 달러 같은 법정통화와 경쟁
페이스북 “새로운 화폐 주조 아냐” 반박
19일(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

▲ 19일(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

전세계 정책 담당자들은 거대 소셜 미디어 기업인 페이스북이 도입하려는 디지털 화폐인 리브라가 금융 시스템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로 발행 중단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고 페이스북 대변인이 밝혔다. 앞서 페이스북은 최근 스위스 바젤에서 미국 영방준비제와 영란은행(BOE) 등 26개 중앙은행 관계자들과 처음으로 회동, 금융 안정성 문제에 대해 논의를 주고받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브누와 쾨레 이사는 19일(현지시간)는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리브라와 같은 가상 화폐는 “미국 달러의 패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은 올해 초 “리브라는 가치와 신뢰성이 거의 없으며, 유일한 실질 화폐는 달러뿐”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맞물려 주목된다.

상당수 규제기관과 의원들은 리브라가 정부 법정 통화와 경쟁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논의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는 특히 페이스북이 2019년 7월 현재 월간 이용자가 24억명 이상으로 영향력이 막강한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월간 이용자 24억명은 웬만한 나라 인구보다 훨씬 많은 하나의 제국이다. 페이스북은 또 스위스에 기반을 둔 컨소시엄인 리브라 어소시에이션이 차량 공유 시스템인 우버, 신용카드 회사인 비자, 이동통신사인 보다폰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어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주 페이스북의 통화 청사진은 금융 안정과 투자자 보호, 자금세탁 방지법을 둘러싼 주요 리스크에 대처하지 못한다고 강조하면서 리브라 도입에 반대했다. 브뤼누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럽 땅에서 리브라가 도입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두 나라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민간 기업인 페이스북이 유로와 달러와 같은 법정 통화와의 효율적으로 경쟁할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리브라는 규제 당국의 역할마저도 약화시킬 것으로 본다.
리브라 창립 파트너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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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브라 창립 파트너들. 페이스북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싱가포르도 리브라 규제 목소리에 가세했다. 싱가포르 통화청의 라비 메넌 총재는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리브라는 국제 금융에 위기를 야기할 것”이라며 “금융은 국제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니 (리브라 규제에) 한 나라만 행동에 나설 문제가 아니라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사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스캔들에서 수렁에 빠진 적이 있는 기업이다. 미국, 영국 그리고 유럽연합(EU)의 프라이버시 감시 기관들은 페이스북이 리브라 사용자의 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 강조한 것이 없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페이스북이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이용자 허락없이 한 개인 기업에 넘겨 50억달러의 벌금이 부과됐다.

#페이스북이 말하는 것은

페이스북은 새로운 화폐를 주조하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대신에 리브라는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와 같은 바스켓 방식(여러 통화를 조합해 새로운 합성통화 단위를 만드는 방식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이 대표적이다)으로 통화에 묶여있다는 것이다. 리브라의 가장 큰 목적은 지구촌 사람들이 쉽게 돈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부사장은 “리브라가 돈으로 바뀔 때 국가 통화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라이버시와 관련, 리브라 어소시에이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단테 디스파르테는 회사는 개인 데이터 보호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이 규제 당국으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가운데 네덜란드 은행 ING의 디지털 금융 수석 이코노미스트 테우니스 브로센스는 “페이스북이 리브라에 대한 계획을 너무 일찍 발표함으로써 옳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 역시 가장 많이 알려진 암호화폐를 전통적 금융서비스에 올려놓겠다고 생각하는 소위 비트코인 지상주의자들의 사고를 반대했다고 전했다. 브로센스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은 전통적 금융 시스템에 반대하는 지상주의자 모델을 따르지 않았고, 먼저 출범하고 다음에 문제를 묻는 우버 모델도 따르지 않았다”며 “먼저 규제기관을 개입시켰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계획된 2020년 리브라 발행에 앞서 디지털 돈에 대한 두려움을 완화하려는 시도로 전세계 규제 기관들과 대화하고 있다. 회사는 16일 스위스 바젤에서 국제결제은행(BIS)이 개최한 포럼에서 중앙 은행 관계자들과 만났다. 그에 앞서 마커스 페이스북 부사장은 미국 의회에 출석해 리브라에 관해 증언했다.
비트코인

▲ 비트코인

산업 전문가들은 전세계 규제 당국은 암호화폐 발행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 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 구상을 몇몇 기관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예컨대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올해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발행해 실험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더나아가 마커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최근 디지털 보유 통화를 제안했다. ECB의 코르 이사는 정부가 지원하는 가상 토큰을 조사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흐름과는 달리 유럽 사람 대다수는 암호화폐를 알고는 있지만 송금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조사가 나왔다. ING가 17일 공개한 보고서 ‘현금에서 암호화폐로:화폐 혁명’에서 유럽 15개국 1만 48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82%는 암호화폐를 알고 있지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송금하는 것에 대해 17%만 동의했다. 66%는 페이스북 등을 통한 송금에 동의하지 않았다.

#리브라는 뭔가

페이스북이 처음 밝힌 지난 6월로 돌아가면 리브라는 사람들에게 세계 어디에서나 사진이나 문자를 쉽게 보내는 것에 맞춰 송금을 허용하는 디지털 통화이다. 보유한 바스켓 방식 통화와 1대1로 지원된다. 이는 가격 변동성이 널 뛰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와는 다른 점이다.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에게 디지털 지갑을 제공해 리브라 토큰을 저장하고 교환할 수 있으며, 가상화폐로부터 수익을 얻도록 하기 위해 ‘칼리브라’라는 새로운 자회사를 세웠다.

IN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로센스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그들의 경제가 달러에 너무 의존하고 있기에 리브라와 같은 문제에 더 개방적이다. 그는 “그들은 대출은 달러에 의존하고 금융 정책은 달러와 국제 자본 흐름에 의해 제한을 받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달 보유 통화로서 달러를 대신할 가상 화폐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그런 통화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금융 시스템에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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