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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오색케이블카 설치 땐 자연환경 훼손”…결국 ‘없던 일로’

환경부 “오색케이블카 설치 땐 자연환경 훼손”…결국 ‘없던 일로’

박승기 기자
박승기, 조한종 기자
입력 2019-09-16 17:58
업데이트 2019-09-1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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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 백지화

‘삭도’ 조건부 승인 4년 만에 전면 중단
“백두대간 핵심 구역 지형 변화 등 우려”
환경정책硏 등 전문가들도 부정적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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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이날 원주지방환경청의 설악산 오색삭도(索道)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 배경과 친환경 대안사업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이날 원주지방환경청의 설악산 오색삭도(索道)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 배경과 친환경 대안사업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사회 갈등을 유발하며 반목과 대립을 거듭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결국 ‘백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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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원주지방환경청의 설악산 오색삭도(索道)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 배경과 친환경 대안사업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설악산 오색지구와 끝청 사이에 설치될 계획이었던 오색케이블카 노선도. 설악권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사활을 걸었던 사업으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우려된다. 서울신문 DB
16일 원주지방환경청의 설악산 오색삭도(索道)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 배경과 친환경 대안사업 지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설악산 오색지구와 끝청 사이에 설치될 계획이었던 오색케이블카 노선도. 설악권 경제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사활을 걸었던 사업으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우려된다.
서울신문 DB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16일 설악산 오색삭도(索道) 설치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동의’ 결정을 하고 사업주체인 강원 양양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설악산의 자연환경, 생태경관, 생물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과 부대조건 이행방안 등을 검토한 결과 사업시행 시 부정적인 영향 및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환경부가 2015년 8월 28일 제113차 국립공원위원회를 개최해 설악산국립공원 삭도 신설에 대해 7가지 보완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한 지 4년 만에 전면 중단되게 됐다.

1982년 강원도의 설악산 제2 케이블카 설치 요구로 시작된 이 사업은 환경 훼손 문제로 원점을 맴돌았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박근혜 정부 들어서다. 당시 관광 서비스 분야 과제로 제시되고 2010년 공원자연보존지구 내 삭도 노선길이를 2㎞에서 5㎞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자연공원법이 개정되자 양양군이 처음 신청했다. 하지만 2012년 1차 신청 노선(오색∼대청봉)은 대청봉과 가깝고 국립공원특별보호구역 내 위치한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2013년 2차 신청 노선(오색∼관모능선)은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 훼손 가능성과 친환경 보전대책의 후퇴, 친환경 교통대책 미흡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양양군은 등산로와 보존가치가 높은 아고산 식생대, 멸종위기 야생동물 서식지 등을 피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해 2015년 4월 3차 신청서를 냈다. 양양군은 노선을 오색약수터에서 설악산 봉우리 끝청 하단(해발 1480m) 3.5㎞ 구간으로 변경했으나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과 직선거리로 1.4㎞에 불과해 아고산대 식물 훼손 등의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원주청은 2016년 11월 동식물상 현황 정밀조사, 공사·운영 시 환경영향 예측,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 대책 등에 대해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요구했다. 양양군은 2년 6개월 보완을 거쳐 올해 5월 16일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지만 미흡했다.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외부 위원 12명 중 8명이 ‘부동의’(4명), ‘보완 미흡’(4명)으로 평가한 반면 ‘조건부 동의’는 4명에 그쳤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생태원 등 기관과 분야별 전문가들도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단편화, 식생 훼손, 백두대간 핵심구역의 과도한 지형 변화 등을 우려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악권 경제활성화를 위한 40년 가까이 된 숙원 사업이 물거품이 되자 강원도와 양양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양양군은 “김은경 전 장관이 주도한 적폐몰이 사업의 연장 선상에서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거부한다”며 “환경부 결정은 직무유기로 재량권을 넘은 불법적 행정처분”이라고 강조했다. 양양군은 김 전 장관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주지방환경청장 등을 형사 고발하고 행정소송 등 후속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환경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조명래 장관이 이날 직접 결정 과정을 설명하고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사업 지원 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수십년간 지속돼 온 오색삭도 찬반 논쟁을 매듭짓고, 강원과 양양의 지역발전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2019-09-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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