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묵비권 행사 없이 이틀째 조사받아
녹취록 공개에 증거인멸 의혹까지 추가공범들 영장 기각에 ‘몸통’ 될까 우려한 듯
조국 5촌조카 공항서 체포… 중앙지검에서 조사중
검찰이 14일 이른바 ‘조국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중앙지검으로 압송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 장관 일가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펀드 관계자들과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했던 인물로, 검찰의 사모펀드 수사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대기중인 취재진. 2019.9.1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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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지난 14일 체포한 조씨를 이틀 연속 조사했다. 조 장관의 처남 정모(56)씨도 불러 사모펀드 투자 경위 등을 조사했고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상훈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도 이틀 연속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지난달 말 필리핀으로 출국한 조씨에 대해 변호인 등을 통해 귀국을 설득해 왔다. 체포시한 48시간이 만료되기 전까지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 운용사인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다. 이 펀드는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에 투자했는데, 이 업체는 투자를 받은 뒤 관급공사 수주가 크게 늘어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 장관은 사모펀드 투자 경위에 대해 친척인 조씨에게 추천을 받았을 뿐이고 투자처 정보 등은 알지 못했다고 해명해 왔다. 필리핀에서 베트남 등 타국으로의 도피설이 번졌던 조씨가 갑자기 귀국한 데는 최근 수사 상황과 언론 보도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사모펀드의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조씨는 녹취록이 공개되며 증거인멸 의혹까지 제기됐다. 조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둔 지난달 25일 최모 웰스씨앤티 대표와의 통화에서 조씨는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조국 후보자가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경고하며 말 맞추기를 시도했다. 최 대표는 별도로 기자들과 만나 “(우회상장 의혹 등에) 관여하지 않았다. 억울하다”면서 “이번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펀드에 조 장관 가족이 투자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녹취록과 최 대표의 해명 모두 조씨를 주범으로 지목하는 상황이었다.
조씨와 공범으로 기재된 이 대표, 최 대표 등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조씨의 심경 변화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1일 밤 법원은 이 대표와 최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으며 피의자의 관여 정도를 참작하면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범죄 혐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구속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과 법원 모두 이번 사태의 주범을 조씨로 본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사모펀드와 조 장관 가족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조씨 입장에서는 공범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자신이 모든 의혹을 짊어질 위험이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조씨는 변호인을 선임했고 검찰 조사에서도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9-09-16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