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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대포·빈백건 vs 벽돌·화염병… 10일 만에 끝난 홍콩 평화시위

물대포·빈백건 vs 벽돌·화염병… 10일 만에 끝난 홍콩 평화시위

민나리 기자
민나리 기자
입력 2019-08-25 18:12
업데이트 2019-08-2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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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차 송환법 반대 시위… 수천명 참가

시위대, 감시 의혹 ‘스마트 가로등’ 훼손
경찰과 무력 충돌로 29명 체포·10명 부상
람 장관, 사태 해결 위한 공개 토론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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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범죄인인도법안’ 반대 시위가 또 열린 지난 24일 카오룽 지역에서 한 시민이 경찰이 쏜 최루탄을 테니스 라켓으로 쳐내고 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범죄인인도법안’ 반대 시위가 또 열린 지난 24일 카오룽 지역에서 한 시민이 경찰이 쏜 최루탄을 테니스 라켓으로 쳐내고 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0여일 만에 또다시 폭력으로 얼룩졌다. 지난 12~13일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로 시위대와 경찰이 유혈충돌한 이후 18일에는 시민 170만명이 평화행진을 벌였으나 불과 일주일 뒤인 24일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또 유혈사태로 번졌다. 이튿날 경찰은 홍콩 시위 12주 만에 처음으로 물대포 차량을 동원하며 무력 진압의 수위를 높였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카이청 지역에서 열린 반송환법 지지 집회에서 경찰이 처음으로 물대포를 배치, 시위대 해산을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앞서 시위가 격렬해지면 물대포를 배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경찰은 이날 오후 6시쯤 2대의 물대포 차량을 취안완구에 배치하며 강경 진압을 감행했다. 경찰은 영욱로드에서 시민들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해체하는 데 물대포를 사용했으며 단 몇 분만에 시위대는 해산할 수밖에 없었다.

 전날 쿤통 지역에서 열린 12주차 반송환법 지지 집회에서도 평화로웠던 시작과는 달리 늦은 오후 무렵부터 곳곳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났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시위대가 시위 현장에 설치된 ‘스마트 가로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훼손하면서부터다. 시위대는 가로등에 중국 정부가 대중을 감시할 때 사용하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가 설치됐을 수 있다며 이날 가로등을 전기톱으로 절단하거나 밧줄을 매달아 넘어뜨렸다. 홍콩 당국은 앞서 가로등에 대해 교통과 날씨, 공기질 관련 데이터만을 수집하는 용도라며 시위 현장인 쿤통부터 카우룽만 지역까지 400여개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시위대는 행진 끝에 도착한 응아우타우콕 경찰서 바깥에서 경찰과 본격적으로 충돌했다. 집회를 지속하려는 시위대가 공사용 대나무 장대와 도로에 세워진 방호벽 등을 엮어 바리케이드를 만들자 무장경찰들이 해산을 요구하며 최루탄을 발사한 것이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항의하며 벽돌과 화염병 등을 던졌고 경찰은 후추 스프레이와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을 시위대에 던지고 곤봉을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28명이 체포되고 10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시위가 격렬해진 배경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미온적 태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오전 홍콩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정부청사에서 람 장관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과정에서 상당수가 람 장관에게 사태 해결을 위해 공개토론에 나설 것을 요구했으나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며 거절한 사실이 알려졌다. 회의 참석자는 “람 장관은 회의에서 ‘자신의 입으로 송환법 완전 철폐를 내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면서 “해당 사항이 람 장관의 소관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야권연대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31일 도심인 채터가든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2019-08-26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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