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가난한 사람을 더 크게 할퀴는 천재지변

입력 : ㅣ 수정 : 2019-08-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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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불평등/존 C 머터 지음/장상미 옮김/동녘/330쪽/1만 6800원

어머니 칠순 잔치 도중 맞닥뜨린 유독가스 테러 상황을 극복하는 영화 ‘엑시트’가 극장가에서 선전 중이다. 800만 관객을 이미 모았고, 천만 영화에도 등극할 것이란 이야기가 많다. 관객몰이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주변에 재난이 많이 일어난다는 방증이다. 시시때때로 들려오는 건물 혹은 공사장 붕괴 사고와 각종 화재,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등이 우리 곁을 맴돈다. 포항은 여전히 지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존 C 머터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저서 ‘재난 불평등’에서 “재난을 사회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의 유무에 따라 일상화된 재난 충격 강도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지진학자인 저자는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만 재난을 연구했는데, 재난 전후 비교 연구를 시작하면서 ‘사회현상으로 재난’과 ‘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저자에 따르면 유사하거나 같은 규모의 재난이 언제 일어나느냐에 따라 그 피해는 달라진다. 같은 수준의 피해를 보아도 어떤 사회는 1년 안에, 어떤 사회는 재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저자는 아이티 지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미얀마 사이클론 등을 자연과학 관점에서 연구하고, 이를 사회과학의 관점으로 비교 분석해 “자연재해가 자연현상을 넘어선 사회문제이자 정치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2010년 아이티 지진은 진도 7의 ‘21세기 최악의 자연재해’였다. 무려 22만명이 넘는 사망자수를 기록했다. 반면 ‘20세기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인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은 진도 7.8로 아이티 지진보다 규모가 컸지만 사망자수는 아이티 지진의 10%도 못 미쳤고, 복구에도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저자는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가난한 나라에는 재난 대비나 피해 경감을 돕는 기관이 없거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사람들 대다수가 부실한 건물에서 산다. 그런 기관들은 대체로 부의 산물이며, 재난으로부터 부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홍수가 나거나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신음하는 이는 대개 가난한 사람들이다. 우린 영화 ‘기생충’에서도 그 장면을 여실히 목격했다. 재난 피해는 국가뿐 아니라 한 사회의 불평등한 현실을 보여 주는 척도라 할 수 있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책 추천사에서 “재난마저 돈벌이 기회로 악용하는 권력과 자본의 힘에, 자연현상인 자연재해는 불평등이라는 사회현상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일갈한다. 아픈 우리 현실이 이 한 문장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재난은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2019-08-23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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