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이·니하오… 언어 진화의 핵심은 ‘입천장’

입력 : ㅣ 수정 : 2019-08-22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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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관점에서 본 말의 변화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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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제공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작품 ‘바벨탑’은 구약성서 창세기 11장 ‘바벨탑 사건’에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이다. 바벨탑을 짓기 이전까지 모든 인류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지만 사람들이 탐욕에 눈이 어두워 하늘에 닿을 듯한 바벨탑을 짓는 것을 보고 신이 언어를 여러 가지로 나누고 섞어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어 바벨탑을 완성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언어학자와 진화생물학자들은 언어의 다양성을 단순하게 성서에 기록된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언어기관을 갖고 있는 인간이 어떻게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말하게 됐는지 과학적 관점에서 연구를 한다.
1563년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바벨탑’. 구약성서 창세기편에 따르면 본래 인류가 하나의 언어를 썼지만 탐욕으로 바벨탑을 쌓다가 신의 노여움을 받아 언어가 복잡하게 갈라지게 됐다.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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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63년 네덜란드 화가 피터르 브뤼헐이 그린 ‘바벨탑’. 구약성서 창세기편에 따르면 본래 인류가 하나의 언어를 썼지만 탐욕으로 바벨탑을 쌓다가 신의 노여움을 받아 언어가 복잡하게 갈라지게 됐다.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 제공

●언어 변화에 기존엔 문화·환경적 요인만 강조

기존 많은 연구들에서 언어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문화적, 환경적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물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이에 프랑스 뤼미에르 리옹2대학, 고등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 심리언어학연구소,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뇌·인지·행동연구소,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공동연구팀은 영상의학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입천장의 해부학적 형태의 차이가 언어 사용과 진화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 2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찍은 입천장 MRI 사진. 연구팀은 인간의 발성기관 중 입천장의 미세한 해부학적 차이가 언어의 진화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프랑스 뤼미에르 리옹2대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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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팀이 찍은 입천장 MRI 사진. 연구팀은 인간의 발성기관 중 입천장의 미세한 해부학적 차이가 언어의 진화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프랑스 뤼미에르 리옹2대학 제공

연구팀은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증폭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진화의 원리에 착안해 ‘발성 해부학의 미세한 차이점이 어떻게 언어를 변화시키는가’에 주목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남녀노소 107명에게 장모음이 포함된 단어들을 말하도록 해 녹음하고 이들의 입안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했다. 이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한 다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50세대(약 1500년)가 지난 뒤에는 단어들의 발음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조사했다.

연구결과 구강구조, 특히 입천장 형태의 작은 차이가 단어들의 발음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세대를 거쳐가면서 점점 변화해 50세대가 지난 뒤에는 똑같은 단어인데도 완전히 다른 단어들처럼 제각각 발음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언어장애 유발 유전자, 정신건강에도 악영향

한편 영국 옥스퍼드 브룩스대 생명·의과학부, 케임브리지대 교육학부, 킹스 칼리지 런던대 생물통계학과, 스트라스클라이드대 정신과학부, 요크대 교육학과 공동연구팀은 언어 사용과 관련된 6개 유전자에 변이가 발생할 경우 언어기능 발달 장애는 물론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언어학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스피치, 랭귀지 앤드 히어링 리서치’ 20일자에 실렸다.
발달언어장애를 유발시키는 유전자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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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언어장애를 유발시키는 유전자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연구팀은 1991년 4월부터 1992년 12월까지 영국에서 태어난 1만 5458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생후 15, 18, 24개월, 8살, 11살 다섯 번에 걸쳐 유전자 검사와 언어능력 평가를 실시하고 부모에게는 아이들의 성장·발달 과정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특히 연구팀은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핵심 유전자 6개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발달언어장애’(DLD)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경우 언어발달 관련 유전자 6개에 변이가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우마 토셉 요크대 교수는 “DLD는 대뇌 신경발달 저하나 손상 등의 원인으로 또래에 비해 말이 늦되는 증상”이라며 “이번 연구는 언어기능의 사용과 발달이 지적 능력은 물론 정신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9-08-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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