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지브롤터, 이란 유조선 억류 해제… 체면 구긴 美

입력 : ㅣ 수정 : 2019-08-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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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제재, EU에 적용 안 돼” 압류 거부
이란 국기 달고 이름 바꿔 45일 만에 출항
“이란 억류 英유조선 석방에 영향” 관측도
美 반대에도 풀려나는 이란 유조선  영국 자치령 지브롤터 당국에 의해 억류됐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가 18일(현지시간) 선명을 ‘아드리안 다르야 1호’로 바꾸고 이란 국기를 단 채 항구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지브롤터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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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반대에도 풀려나는 이란 유조선
영국 자치령 지브롤터 당국에 의해 억류됐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가 18일(현지시간) 선명을 ‘아드리안 다르야 1호’로 바꾸고 이란 국기를 단 채 항구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지브롤터 로이터 연합뉴스

핵합의 파기를 놓고 미국과 이란이 갈등하는 가운데 영국 자치령 지브롤터에 45일간 억류됐던 이란 유조선이 선명을 바꿔 출항했다고 AP통신 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 210만 배럴을 싣고 있었던 이 유조선의 억류를 요청했지만 지브롤터 당국은 “미국의 이란 제재가 유럽연합(EU)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지난달 4일 지브롤터 당국에 나포됐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 1호’는 ‘아드리안 다르야 1호’로 선명을 바꿔 이날 오후 11시쯤 지브롤터 해협에서 나갔다. AP통신은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하는 선박 정보업체 마린트래픽을 통해 이 유조선이 모로코와 이베리아 반도 사이 좁은 해역을 향해 남쪽으로 내려간 뒤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유조선에는 이란 국기가 내걸렸다. 하미드 바에이디네자드 주영 이란대사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 유조선이 45일 만에 지브롤터를 떠나 국제수역으로 향하고 있다”고 출항 사실을 확인했다.

마린트래픽을 통해 알려진 아드리안 다르야 1호의 목적지는 그리스 남부 칼라마타이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다른 선박 추적서비스 플릿몬을 인용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이 선박 소유주가 앞서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업자들과 회동한 점에 비춰보면 모로코 해역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는 목적지를 확인할 수 없다고도 보도했다.

앞서 미 연방법원은 연방검찰의 요구에 따라 압수영장을 발부해 이 유조선의 압류를 추진했지만 지브롤터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란 제재를 둘러싼 미국과 영국 등 유럽 국가들 간 이견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시리아로 원유를 불법 반출하는 데 이 유조선이 동원된 것으로 보고 지브롤터 당국에 사법 공조를 요청해왔다.

일각에서는 아드리안 다리야 1호의 출항이 앞서 이란이 나포한 영국 국적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의 석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란과 영국이 양국 유조선 나포를 둘러싸고 결국 협력하게 되면서 미국이 굴욕을 겪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9-08-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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