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축구 역마살 25년… 이혼 위기에도 응원 멈출 수 없어”

“축구 역마살 25년… 이혼 위기에도 응원 멈출 수 없어”

박승기 기자
박승기 기자
입력 2019-07-31 22:44
업데이트 2019-08-01 01:5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태극맨’ 박용식 레드엔젤응원단 총단장

25년 응원역사 담은 서적 출간 준비 중
59회 해외 원정… 국내외 비용만 4억원
응원하면서 통일의 간절함 느끼게 돼
이미지 확대
박용식 레드엔젤응원단 총단장이 대전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축구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지난 6월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응원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 당시 박 단장을 알아본 교민이 선물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박용식 레드엔젤응원단 총단장이 대전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축구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지난 6월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응원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 당시 박 단장을 알아본 교민이 선물한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경기에 직접 뛰지는 못하지만 응원으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됩니다.”

얼굴에 태극 분장을 하고 전 세계 축구경기장을 누비며 ‘대~한민국’을 외쳐 해외에서 ‘태극맨’으로 통하는 박용식(56) 레드엔젤응원단 총단장이 25년 응원역사를 담은 서적 출간을 준비 중이다. 가칭 ‘축구에 미친 남자의 축구 이야기’는 첫 해외 원정 응원에 나섰던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대회 최고 성적(준우승)을 올린 올해 6월 폴란드 20세 이하(U20) 대회까지 일기식으로 기록한 현장의 생생한 축구 뒷얘기를 담을 예정이다.

박 단장은 “94년 미국에서 한국과 스페인전을 앞두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데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면서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 원정 응원을 중단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첫 대규모 원정 응원에 참여했던 200명이 의기투합해 결성된 아리랑응원단에 참여하면서 그의 축구 ‘역마살’은 시작됐다. 대전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는 그는 지난 25년간 59회 해외 원정 응원에 나서는 등 국내외에서 응원비용으로만 4억원을 사용했다.

한때 주말마다 대전시티즌을 응원하면서 ‘꽹과리 아저씨’로 불렸고 1998년 프랑스월드컵 당시 태극기 모양의 옷을 입고 얼굴에 태극 분장을 하면서 고유한 응원 문화를 만들어 낸 것으로 유명하다. 황당하고 당황스런 순간도 많았다. 올해 6월 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토트넘과 리버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천신만고 끝에 현장에 도착한 그에게 주어진 티켓은 토트넘이 아닌 리버풀 응원석. ‘훌리건’으로 유명한 리버풀 팬들을 우려해 가이드는 분장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박 단장은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태극맨 분장에 손흥민 사진까지 손에 든 그에게 응원석에서 야유와 조롱이 빗발쳤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박 단장은 국가대표 유니폼만 입은 채 마음속으로 손흥민 선수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이 져서 아쉬웠지만 그래서 무사할 수 있었단다.

축구 때문에 집에서 쫓겨날 위기는 다반사요, 아내에게 제출한 각서가 책 한 권에 달한다. 폴란드 U20 대회는 그를 ‘이혼’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갔다. 응원 계획이 없었는데 우리나라가 결승에 오르자 몸이 달아올랐다. 스페인을 다녀온 지 일주일 만에 폴란드에 가겠다고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거사’를 단행했다. 부인 오수진(54)씨는 “(남편이) 미안하다면서도 한국의 미래 월드스타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고 말하는데 어이가 없었다”며 웃었다.

그는 국가대표 응원단장이다. 축구를 넘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남북 공동응원단장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는 11일간 찜질방에서 생활하며 남북한 선수단을 응원했다. 박 단장은 “한국을 응원할 때는 태극기를, 북한을 응원할 때는 한반도기를 들었다”면서 “응원을 하면서 통일의 간절함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2019-08-01 23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