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NHK에 출연해 “NHK를 때려잡자”고 소리치던 남성, 결국...

입력 : ㅣ 수정 : 2019-07-2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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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인기몰이 선풍...참의원 1석 쟁취
일본 참의원 선거 정견발표에서 “NHK를 때려잡겠다”고 말하고 있는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다치바나 다카시 대표.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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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참의원 선거 정견발표에서 “NHK를 때려잡겠다”고 말하고 있는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다치바나 다카시 대표. <유튜브 화면 캡처>

‘안락사 제도를 생각하는 모임’, ‘일본무당파당’, ‘올리브의 나무’….

지난 21일 치러친 일본 참의원 선거에는 자유민주당(자민당), 공명당,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 등 기존 정당들 외에도 이렇게 생소한 이름을 가진 군소 정당들이 등장해 유권자들에게 저마다 한 표를 호소했다. 이런 미니 정당들은 대부분 단 1석도 얻지 못했지만, 올 4월 결성된 ‘레이와 신센구미’처럼 강력한 복지정책을 내걸어 2개의 의석을 획득한 곳도 있다.

여기에 또하나의 성공사례가 있으니 바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줄여서 ‘N국’이라 부르는 이색 정당이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N국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나뉘어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1석을 얻었다. N국은 선거전에서 복지, 노동, 외교 등 다른 국정 구호는전혀 없이 ‘NHK를 때려잡자’라는 단 하나의 캐치프레이즈만 내걸었다. 그 결과 3.02%의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N국을 이끌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51) 대표는 지난 22일 새벽 당선이 확정되자 당 소속 지방의원들 및 다른 참의원 후보자 등 30여명 앞에서 “창당 이후 6년 만에 드디어 목표한대로 국회의원이 됐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N국의 약진에는 NHK 수신료에 대한 국민들의 광범위한 반감이 큰 원동력이 됐다. 한국처럼 일본도 TV 수상기를 가진 모든 가구는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내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N국은 모든 사람들이 수신료를 내는 게 아니라 수신료를 낸 가구만 NHK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직 NHK 직원인 그는 NHK를 통해 방송된 정당대표 연설에서 “NHK를 때려잡겠다”를 연호했다. 그의 연설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올려져 300만회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다. 자민당 공식 채널에 오른 아베 신조 총리의 동영상 재생횟수(약 240만회)를 웃돌았다.

그가 NHK를 때려잡자고 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왜 NHK를 보지 않는 사람까지 수신료를 내야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전기나 수도는 일상생활에서 없으면 안되지만, NHK는 시청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강제로 징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NHK의 남녀 아나운서들이 불륜을 저지르며 노상에서 성관계를 맺었는데도 NHK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도 했다. “3년 전 지역 NHK에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던 남녀 아나운서가 불륜을 저지른 것이 사진잡지 보도로 드러나자 NHK는 여자 아나운서만 해고했다”면서 “이는 성희롱이자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2% 이상을 득표해 정당 요건를 채운 N국은 약 5900만엔(약 6억 4000만원)의 정당교부금도 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다치바나 대표는 앞으로 중의원 선거에 도전할 방침이다. 2015년 지바현 후나바시시에서 처음 시의원에 당선됐던 그는 2016년 지바현 지사 선거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2017년에는 도쿄도 가쓰시카구 구의원이 됐고, 지난달 오사카부 사카이시 시장 선거에 나왔다가 낙선한 뒤 다시 이번에 참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됐다.

N국은 야금야금 당세가 확장돼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는 도쿄도, 지바현 등에서 26명의 자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다치바나 대표는 “지방선거는 국회 진출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나서려면 한 정당에서 최소 10명의 후보는 내야 하고 최소 3000만엔 이상의 공탁금를 준비해야 하는데, 지방의원이 늘어나면 그들의 급여에서 경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계신이다.

이번에 참의원 선거 지역구에 37명을 출마시켰던 것도 N국의 당명을 널리 알려 비례대표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였지 지역구에서 그들을 당선시킬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후보자를 공천하면서 정치적 신조나 경력 등도 별로 묻지 않았다고 한다. 후보자 공천 심사는 주로 전화통화로 다했다. 후보로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유튜브 활동을 잘 할 수 있는지 여부. 이번에 N국 공천으로 지역구에 출마했던 후보자는 자신이 어느 지역에서 출마할 지도 동영상을 보고 알게 됐고, 그 과정에서 다치바나 대표의 연락을 받은 적도 없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간사이 지방에서 출마했던 남성 후보자는 “포스터도 명함도 만들지 않았고 선거운동 기간에는 주로 집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주먹구구식으로 공천이 이뤄지고 인재 관리도 안 되다 보니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를 일삼는 사람이 자방의회에서 N국 공천으로 당선되는 등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참의원에 당선되고나서 한 기자회견에서 다치바나 대표는 쿠릴열도 반환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전쟁을 할수도 있다고 했다가 일본유신회에서 제명됐던 마루야마 호다카 의원 영입 계획을 밝혀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다치바나 대표의 돌출행동들이 정치를 희화화시키고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 속에 이 또한 현재 일본의 정치와 사회가 빚어낸 일그러진 결과물이라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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