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환경 전사’가 자신을 보이콧한 프랑스 의원들에 한 따끔한 질책… “과학적 진실, 외면하지 마세요”

입력 : ㅣ 수정 : 2019-07-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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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출신 16세 툰베리, 프랑스 하원서 초청 연설
툰베리 “불편한 것 말하는 나쁜 아이… 진실 외면 못해”
“반바지 입은 예언가” “노벨 공포상 수사장” 조롱도
최근 유럽에 폭염… 그녀 연설날 보르도 42.2도 기록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3(현지시간) 프랑스 하원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파리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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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3(현지시간) 프랑스 하원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파리 EPA 연합뉴스

16살의 ‘소녀 환경 전사’가 23일(현지시간) 내로하는 프랑스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과학적 진실을 외면하지 마라고 따끔하게 질책했습니다. 스웨덴 출신으로 기후변화 활동가로 지구촌에 널리 알려진 그레타 툰베리는 이날 프랑스 하원에서 연설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정치인은 그의 등장을 못마땅하게 여겨 보이콧하면서 소셜미디어와 TV 인터뷰를 통해 이 소녀를 “노벨 공포상 수상자”라거나 “반바지 입은 예언가”라고 조롱했습니다.

이에 툰베리는 지지 않고 참석한 의원들을 향해 “우리는 어느 누구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고, 말하려 하지 않는 불편한 것들을 말해야 하는 나쁜 아이들이 되었습니다”며 정치인들이 연설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진실에서 고개를 돌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기후변화와 관련된) 수치들과 과학적 사실들을 단지 인용하기만해도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증오와 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의원들과 기자들로부터 조롱받고 있습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프랑스 공화당의 기욤 라리베 의원의 트위터.

▲ 프랑스 공화당의 기욤 라리베 의원의 트위터.

툰베리는 또래 대표로서 지구촌의 유명 인사입니다. 지난해부터 기후변화에 대해 아무 대책이 없는 스웨덴 의회 앞에서 매주 금요일 나홀로 결석 파업을 시작하면서 환경 활동가로서 지구촌 운동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금요일 결석 파업은 곧이어 다른 학생들이 뒤따랐습니다. 지난 5월에는 지구촌 주요 도시에서 학생 수백만명이 하루 동조 파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 소녀는 프랑스 하원의원 162명이 속한 초당파적 모임 ‘생태·연대적 전환의 가속화’의 초청으로 프랑스를 방문했으며, 이날 하원 빅토르 위고홀에 섰던 것입니다. 연설은 영어로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은 툰베리의 접근법이 공격적이며, 그녀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도발했습니다. 보수 정당인 공화당(LR)의 당권에 도전하는 기욤 라리베는 “프랑스는 묵시록적 예언자가 아니라 과학적 전진과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며 동료들에게 툰베리 연설에 불참할 것을 트위터를 통해 요청했습니다.

라리베는 또 이날 오전 TV 인터뷰에서 “공개 토론은 상징적 힘을 가진 한 사람, 또 허튼 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된다”며 “툰베리와 관련된 문제는 그 아이가 학교 가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학교를 결석하고 수업을 빼먹는 것이 더 임박한 재앙이기 때문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23일(현지시간) 환경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프랑스 의회에서 연설하는 동안 활동가들이 그에게 감사하다는 취지의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파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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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현지시간) 환경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프랑스 의회에서 연설하는 동안 활동가들이 그에게 감사하다는 취지의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다. 파리 AP 연합뉴스

역시 같은 당 당권에 출사표를 던진 쥘리앙 오베르는 “내가 가서 반바지 차림의 예언가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세요”라는 트윗을 날렸습니다. 그는 툰베리에 대해 “노벨 공포상 수상자”라거나 “녹색 환경사업이 아니라 지구에 관심을”이라고도 비꼬기도 했습니다.

유럽의회의 프랑스 의원 조르당 바르델라는 프랑스2 TV에 나와서 “어린이를 이용해서 세계가 불꽃에 휩싸일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메시지로 겁주는 것과 학교를 빼먹고 수업 거부 파업을 하는 것은 패배주의자와 같은 접근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바르델라는 극우 성향을 보이는 국민연합(RN) 소속입니다.

집권당 LaREM 소속 베네딕트 페롤은 “프랑스는 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활동한 프랑스 과학자들에게 경의를 표할 수는 없나”라고 물으면서 툰베르에 거리를 뒀습니다.

그러나 많은 프랑스 정치인은 툰베리에 공감했습니다. 환경주의 정당인 ‘제네라시옹 에콜로지’의 델핀 바토는 “라리베와 오베르는 기후변화 문제를 내세워 당내 투쟁을 했다”고 비판했고, 사회당 대표 올리비에르 포르는 툰베리의 분노를 공유하면서 “우리는 충분하게 행동하지 못했다”고 반성했습니다. 프랑스의 대표 뉴스통신사 AFP는 “툰베리는 그동안 SNS에서 여러 공격에 노출됐지만, 정치인들이 그렇게 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프랑스 폭염 속 온도계 프랑스 남서부 한 교회 밖에 놓인 온도계가높은 섭씨 온도를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와 서유럽은 또다시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에 대비해 프랑스 원자력발전소 한 곳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세계적인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투르 드 프랑스’ 참가 선수들도 폭염이 도전이 된다. 각국 기상청은 이날 처음으로 수은주가 섭씨 40도(화씨 104도)에 다다르게 될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기온이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파리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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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폭염 속 온도계
프랑스 남서부 한 교회 밖에 놓인 온도계가높은 섭씨 온도를 나타내고 있다. 프랑스와 서유럽은 또다시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에 대비해 프랑스 원자력발전소 한 곳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세계적인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투르 드 프랑스’ 참가 선수들도 폭염이 도전이 된다. 각국 기상청은 이날 처음으로 수은주가 섭씨 40도(화씨 104도)에 다다르게 될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기온이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파리 AFP 연합뉴스

일간 르몽드는 “툰베리가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격려를 받았고, 노르망디에서는 올해의 자유상을 수상했지만, 프랑스 의회에서는 조롱을 받은 뒤에야 박수를 받았다”고 촌평했습니다. 툰베리는 지난 20일 노르망디 자유상과 함께 받은 2만 5000파운드(약 3660만원)를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활동 단체 4곳에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요즘 유럽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툰베리가 하원에서 연설한 그날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의 낮 최고 기온이 42.2도를 기록해 이곳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프랑스·영국뿐 아니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의 25일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할 것이라는 재난앙같은 예보가 나와 있습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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