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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n&Out] 북한, 사회주의기업 채권시장을 만들어야/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북한, 사회주의기업 채권시장을 만들어야/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입력 2019-07-23 17:20
업데이트 2019-07-24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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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만약에 대북 제재가 완화되면 북한은 자국 시장경제와 국가경제의 절충적 개선 조치의 일환으로 새로운 시장이자 국영 경제의 활기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시장과 사기업 간의 사회주의 물자교류 시장을 넘어 ‘사회주의 금융시장’이 발달해야 한다.

김정은 정권은 현재까지 중앙계획경제로 각 생산단위에 행정명령을 통해 일부 생산을 요구한다. 또한 사유재산을 합법화하기는커녕 형법에 개인기업에 대한 금지를 명문화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실제 생산단위들은 ‘돈주’(돈이 있는 주민)의 자본과 판로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사상 때문에 돈주나 핵심 경제주체들을 인정하거나 선전에서 미화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언젠가 이 ‘돈주’들을 탄압해야 할 것인가?

분단된 민족의 한 국가로서 매우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북한 정부는 국가의 정체성을 마구 바꿀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2013~2015년 사이에 시범사업에서부터 전개돼 모든 부문에 걸쳐 실행된 것으로 명문화된 일부 국영기업 개선 조치의 내용을 보면 돈주들을 그저 암암리에 묵인하고 언젠가 탄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 경제 발전에서 국가의 합법적 상대으로 인정하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내재돼 있다.

이제 국영기업과 협동농장은 합법적으로 주민의 여유자금(유휴화폐)을 대출(동원)할 수 있으며, 인재도 채용할 수 있다. 여유자금으로 생산된 몫에 대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런 권한들을 뒤집어 보면 여유자금이 있는 주민(돈주)들은 이제 중앙은행으로부터 국영기업이나 농장에 빌려주는 자금에 대한 보호를 받고 인재라는 명의하에 국영기업이나 농장의 경영직에 합법적으로 등록될 수 있으며, 스스로 조직한 단위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 정부는 돈주의 위치와 위상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런 정책을 어떻게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여러 번 사유재산이라는 것은 사회주의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기에 소유제도 정비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돈주의 투자와 관련해서 금융개혁을 심화하는 것이 사상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돈주들이 국영기업에 빌린 자금의 장부상 가치 일부 혹은 전부를 채권으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떨까?

현재 북한 은행들은 전자결제 수단(지불카드)도 만들었고 여러 저금 상품도 제공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사회주의기업의 채권거래소를 만드는 것이 문제가 되겠는가? 돈주들이 국영기업이나 농장에 빌려준 자금을 채권으로 만들고, 거래소와 개인들이 살 수 있는 펀드도 만들면 돈주만큼 돈이 있지는 않지만 여유자금을 투자하고 싶은 주민들에게 투자 기회를 주고 돈주들은 투자 다각화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시장발달 조치는 위험할 수 있다. 1990년대 중국을 보면 국영기업의 채권시장을 제대로 세우려면 투명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북한의 많은 기업들은 회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고, 김 위원장이 2015년에 전국재정은행일군대회에 보낸 서한을 보면 아직 분식회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국영기업의 회계 문제는 돈주(기업)와 국가 간의 상이한 이해관계(탈세) 문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제재가 완화되면 경제시스템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세금 문제와 내부 투자 유치를 장려할 기회가 될 수 있어, 민간 투자자와 국가가 회계의 정확성에 있어 유사한 이해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물론 회계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히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런 폭넓은 경제 정보공개는 제재 완화 전에는 북한 정부에 곤란할 수 있기에 제재 완화 이후 꼭 실행돼야 한다.
2019-07-24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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