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띄우기? 경영노하우 탈취?… 대우건설 인수 포기 미스터리

입력 : ㅣ 수정 : 2019-07-24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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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사유화 시도 호반건설그룹 대해부] 잡음 계속되는 호반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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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호반건설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포기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일주일 만에 실사 도중 인수 포기를 선언한 배경이 석연치 않아서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월 19일 대우건설 인수합병(M&A)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같은 달 31일 대우건설의 대주주 격인 산업은행은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2월 6일 돌연 한 경제지가 대우건설의 해외부문 3000억원 추가 부실을 보도했다. 양해각서(MOU)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직전이었으나 호반건설은 이튿날 인수 포기 의사를 산업은행에 전했다. 당시 호반건설 측은 “내부적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 끝에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우건설 측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당시 협상 과정을 잘 아는 대우건설 관계자는 23일 “호반건설은 공시도 되기 전, 추가 부실 보도 하루 만에 구체적인 확인도 없이 마치 (보도를) 기다렸다는듯 발을 뺐다”고 꼬집었다. 애당초 인수할 의사 없이 ‘호반 띄우기’ 차원에서 인수전에 뛰어든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한 직원은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려 한 회사’로 유명해졌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재개발, 재건축 등 사업에 뛰어들 때마다 경쟁자들로부터 ‘호반마저 포기한 회사’라는 공격을 지금까지도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호반건설그룹의 ‘의심스러운’ M&A 시도는 또 있다.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 당시 단독으로 나서 인수가 유력했지만 당초 9000억~1조원으로 예상됐던 입찰가보다 크게 낮은 6007억원을 제시해 유찰됐다. 2016년 동부건설 인수전에는 유력 후보로 거론됐으나 정작 본입찰에 불참했다. 2017년에도 SK증권 예비입찰에 참가했다가 본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호반건설그룹이 불과 4년 동안 13차례나 M&A를 시도한 것은 이례적으로 많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노림수’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쇄적 M&A 시도는 네임 밸류를 올리려는 독특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시도와 관련, “초반부터 대우건설의 사업 구조와 경영 정보를 들여다보려고 인수전에 참여한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는데 너무 쉽게 손을 터는 것을 보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인수 기업의 자산에 눈독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수한 회사의 자산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다른 건설사, 언론, 호텔 등의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현 정권 들어서는 M&A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권 출범 직후부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먹는다는 설이 파다했는데 그 의혹이 현실화됐다”면서 문재인 정부와의 유착 의혹을 꺼냈다. 지난달 포스코그룹이 보유하던 서울신문 지분(19.4%)을 전량 인수하는 과정에 권력층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도 나온다.

이 같은 연쇄적 M&A 시도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호반건설은 “이대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해 다양한 신규 사업 진출을 검토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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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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