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자신을 부정하는 용기

입력 : ㅣ 수정 : 2019-07-2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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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 멘토링 행사에 참여했다. 오전에는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사들이 강연을 했고, 오후에는 학생들이 강사에게 찾아와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체로 학습 방법이나 진로에 관한 질문에 답하던 중, 한 학생으로부터 이런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만약 자신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깊게 들어간 상황에서 알게 되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질문에는 원론적인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그 길이 잘못된 길인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할 것이고, 이를 다시 되돌리거나 아니면 적어도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충분히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이런 질문을 던지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그런 문제를 고려하는 단계는 이미 지났을 것이며 지금 필요한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용기일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전 시간에 저는 계속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제 나름대로 말했습니다. 학생의 질문에 대해서라면,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합니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두려워서 일수도, 그 잘못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 두려워서 일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는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나요. 또 명백하게 잘못이 밝혀진 일에도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숭고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돌이키기 어려운 잘못일수록 이를 인정하는 행동의 가치는 더 커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오히려 그런 상황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곧 나는 스스로를 부정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른 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그 학생이 다른 강사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 다른 학생들과 달리 독특한, 어쩌면 멘토링이라는 단어와는 가장 잘 어울릴지도 모르는 그런 질문을 한 이유는 어렴풋이 알듯 했다.

오전에 있었던 강연에서 나는 진화론적 관점의 자기계발에 관해 이야기했다. 매 순간 스스로에게 ‘나는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같은 질문을 던질 것. 과학이 이런 질문에 대해 인간의 ‘본성’이라는 답을 준다는 것. 따라서 어떻게 해야 이를 극복하고 매 순간의 선택을 장기적인 목적에 부합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것.

아마 그래서 였을 것 같다. 곧, 자신의 질문에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진 답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인간이 저지르는 인지적 오류의 상당수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자기기만 위에 서 있으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의심과 자신을 부정하는 용기는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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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그 학생이 위 답에 얼마나 만족 했는지는 모르겠다. 학생은 끝날 때 쯤 다시 찾아와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졌다. “‘미움 받을 용기’에 보면 ‘목적론’과 ‘원인론’이 나오는데 선생님은 어느 것이 맞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때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었고, 그래서 지금 그 책을 읽고 있다.
2019-07-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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