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마이바흐’ 네→중→일→한→러 거쳐 북한 반입 추정

입력 : ㅣ 수정 : 2019-07-17 14:19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탔던 전용 메르세데스 리무진. 2019.7.17  AP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탔던 전용 메르세데스 리무진. 2019.7.17
AP 연합뉴스

미 연구단체 4개월간의 반입 경로 추적
부산항 떠난 선박 추적장치 끄고 사라져
블라디보스토크서 화물기로 북 반입 추정

미국의 한 연구단체가 마이바흐 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급 리무진이 반입된 경로를 추적한 결과 네덜란드→중국→일본→한국→러시아를 거쳐 북한으로 반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는 고급 리무진을 사치품으로 분류해 북한으로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비영리 연구단체인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의 ‘북한의 전략적 조달 네트워크 노출’ 보고서를 토대로 리무진 반입 경로 추적 내용을 보도했다.

C4ADS의 추적 결과에 따르면 방탄 전용차로 보이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2대는 지난해 6~10월 4개월 동안 5개국을 거쳐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차량을 적재한 컨테이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출발했다.

이 컨테이너는 중국 다롄과 일본 오사카, 한국 부산항을 거쳐 러시아 나홋카까지 선박에 실려 이동했다. 이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 화물기를 통해 북한으로 최종 반입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연구센터 측의 설명이다.
김정은 전용 메르세데스 평양 반입 추정 경로  연합뉴스

▲ 김정은 전용 메르세데스 평양 반입 추정 경로
연합뉴스

첫 출항지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항구에서 1대에 50만 달러에 달하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2대가 컨테이너 2개에 각각 적재된 시기는 지난해 6월이다.

차량을 누가 처음 구매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운송은 ‘차이나 코스코시핑’ 그룹이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컨테이너는 41일간의 항해를 거쳐 7월 31일 중국 다롄 항에 도착했다. 컨테이너는 하역 이후 8월 26일까지 다롄 항에 머물렀다.

이후 컨테이너는 다시 화물선에 실려 일본 오사카를 거쳐 9월 30일 부산항에 도착했다.

이때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화물선이 바뀐다. 토고 국적의 화물선 ‘DN5505’호로 옮겨진 컨테이너는 이제 러시아 나홋카 항으로 출발했다.

컨테이너 운송 위탁 책임은 DN5505호의 선주인 ‘도영 쉬핑(Do Young Shipping)’이 맡았다.

마셜 제도 국적으로 알려진 ‘도영 쉬핑’은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파나마 선적 석유 제품 운반선 ‘카트린호’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이때 DN5505호는 18일간이나 종적을 감췄다. 10월 1일 부산항을 출항한 뒤 자동선박식별장치(AIS)를 꺼버린 것이다. AIS 차단은 제재 회피 선박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DN5505호가 AIS를 다시 켰을 때 이 배는 다시 한국 영해 내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이 배에 실려 있던 것은 마이바흐 세단이 적재된 컨테이너가 아니었다. 세관 자료에는 DN5505호가 나홋카 항에서 석탄을 적재했다고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DN5505호의 ‘종적 감추기’로 차량 행방이 다소 묘연해진 것이다.

NYT와 WSJ은 C4ADS 보고서와 연구진을 인용, 마이바흐 S600 차량 2대가 비행 편으로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10월 7일 북한 고려항공 소속 3대의 화물기가 나홋카 항에서 멀지 않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고, 메르세데스 차량이 이들 화물기를 통해 북한으로 수송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NYT는 고려항공 소속 화물기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것이 이례적이라고 했다. 또 이 화물기들이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 순방시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차를 운송했던 화물기들이라고 설명했다.

C4ADS의 루카스 쿠오 선임 분석가는 당시 북한 화물기가 러시아에 도착한 것은 ‘묘한 우연의 일치’를 넘어선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컨테이너선에 적재됐던 것과 같은 기종의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차량은 올해 1월 31일 평양 노동당 청사로 이동하는 것이 포착됐고, 당일 김정은 위원장의 예술 대표단 사진 촬영에서도 같은 차량이 등장했다고 NYT는 전했다.

유엔 대북제재가 규제하는 다른 사치품들도 복잡한 세계 무역망을 거쳐 북한에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C4ADS에 따르면 지난 10년 이상 유명 브랜드 화장품과 의류, 애플 아이폰 등의 물품이 북한에 계속 유입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3년 3월 29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 사진에서 김 위원장의 책상 오른편에 미국 애플사의 ‘아이맥’으로 추정되는 컴퓨터가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2019.7.17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3년 3월 29일 보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당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전략미사일 부대의 화력타격 임무에 관한 작전회의 사진에서 김 위원장의 책상 오른편에 미국 애플사의 ‘아이맥’으로 추정되는 컴퓨터가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2019.7.17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의 동행을 보여주는 사진에서 종종 맥북과 아이맥 등 미국 애플사 제품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연구센터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미국 동맹국을 포함한 90여개국을 통해 사치품이 조달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추정보다 더 많은 것이다.

사치품의 판매자와 구매자는 주로 ‘돈주’로 불리는 민간 상인이고, 북한 외교관이 해외에서 배송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센터의 연구진은 또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이 800여대의 고급차를 구매한 사실도 밝혀냈다고 WSJ은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016년 2월 1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인 동창리 발사장의 현지시찰 모습을 보도하며 그가 전용기 ‘참매 1호’기를 이용해 이동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책상에 애플 맥북이 눈에 띈다. 2019.7.17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TV는 2016년 2월 1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인 동창리 발사장의 현지시찰 모습을 보도하며 그가 전용기 ‘참매 1호’기를 이용해 이동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책상에 애플 맥북이 눈에 띈다. 2019.7.17
연합뉴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러시아 나홋카 항에서 석탄을 싣고 포항에 입항한 DN5505호를 억류해 조사 중이다. 정부는 이 선박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미국 측의 첩보를 바탕으로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는 지난 3월 연례보고서에서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당시 등장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차는 “명백히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대북제재위는 또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 고유 넘버 확인을 싱가포르와 중국 당국에 요청했으며 싱가포르는 이에 따라 북측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지만, 북측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