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다큐] 한 컷, 새 옷 입고 한 컷, 잡음 빼고…아날로그 감동 디지털 품으로

입력 : ㅣ 수정 : 2019-07-1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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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자료원, 한국 고전영화 디지털 복원의 세계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 색재현실에서 연구원들이 디지털 색보정 장비를 이용해 색조정을 하고 있다.

▲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 색재현실에서 연구원들이 디지털 색보정 장비를 이용해 색조정을 하고 있다.

1919년 종로 단성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가 상영된 지 올해로 꼭 100년을 맞는다. 100주년을 기념이라도 하듯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전 세계 영화인의 이목이 한국 영화에 쏠리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100년의 역사에 걸맞은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신 기술로 옛 고전 필름들을 되살리는 작업도 그중 하나다.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에서는 미학적으로 우수하고 영화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를 엄선해 고해상도 디지털로 복원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영화 한 편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건 영화를 찍는 것만큼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필름검색에서 새로 들어온 필름을 점검하는 일은 아날로그 및 디지털 복원에 앞서 거치는 첫 번째 과정이다.

▲ 필름검색에서 새로 들어온 필름을 점검하는 일은 아날로그 및 디지털 복원에 앞서 거치는 첫 번째 과정이다.

한 연구원이 복원 작업을 위해 들여온 필름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 한 연구원이 복원 작업을 위해 들여온 필름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찢기고 휘어짐 많은 필름이 우선 복원 대상

우선 복원할 필름에 대한 선정 기준을 정한다. 훼손 정도가 심하거나 찢김, 휘어짐이 많이 발생한 필름들이 대상이다. 여기에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해외에 알릴 만한 필요성이 있는 작품을 선정한다. 복원 작업의 첫 단계는 ‘필름검색’이다. 본격적인 디지털 복원에 앞서 필름에 묻은 손자국과 이물질을 없애고, 흠집을 찾아내는 일이다. 훼손된 퍼포레이션(필름의 양쪽 가장자리에 일정한 간격으로 뚫린 구멍)을 보수하고 있던 김영미 연구원은 “손상 정도에 따라 물 또는 화학약품으로 필름 세척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업을 마친 필름은 원본이 가진 고유의 화면을 반영구적으로 간직하기 위해 새 필름으로 옮기는 스캐닝 작업으로 넘어간다. 아날로그인 필름을 디지털 데이터로 만들어 입력하는 일이다. 스캔한 데이터가 나오면 일일이 오버프레임은 없는지, 제대로 작업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한다.
원본에 있던 흠집과 훼손 부분의 복원 작업.

▲ 원본에 있던 흠집과 훼손 부분의 복원 작업.

음향스캐너를 사용해 원본 필름의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하고 음향 상태를 개선하는 과정.

▲ 음향스캐너를 사용해 원본 필름의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하고 음향 상태를 개선하는 과정.

●탈색 후 7번 색 입혀… 개봉 당시 색감 살려내는 게 목적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캔이 끝난 작품은 ‘색재현실’로 가서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신정민 컬러리스트는 “영화 개봉 당시의 색감을 최대한 살려내는 게 목적”이라며 “색을 한 번 다 빼는 탈색을 한 다음에 7번 정도 색을 입히는 과정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코스는 불안정한 밝기와 화면의 떨림을 보정하는 ‘화면복원’ 작업이다. 이선미 화면복원 테크니션은 “편안히 감상할 수 있는 화면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색보정 작업을 거쳐 디지털 테이프로 변환하는 작업을 마치면 음향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음향필름을 디지털로 바꾸고 필요 없는 잡음을 없애는 과정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수작업을 거쳐 복원된 고전영화는 필름과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 한국영상자료원 필름보관고와 디지털 아카이브에 각각 보관된다. 현재 디지털 복원을 거친 작품은 한국영상자료원에 위치한 대형 영화관이나 멀티미디어실 등에서 무료 관람할 수 있고 DVD로 구입할 수도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6월 22일부터 30일까지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복원 영화 축제인 ‘이탈리아 볼로냐 영화제’에서 최근 복원한 한국 고전영화 7편을 선보여 현지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래된 한국 영화의 포스터와 스틸사진의 원형을 복원해 보존하고 있다.

▲ 오래된 한국 영화의 포스터와 스틸사진의 원형을 복원해 보존하고 있다.

●“한국 고전영화 가치·미학적 우수성 세계에 알리고 싶어”

훼손된 필름을 매끄럽게 가공해 추억이 담긴 영화로 되살리는 건 단순 복원 이상으로 문화적 의미가 깊다.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은 “고전영화의 디지털 복원은 우리 문화유산의 향유를 확산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고전영화가 지닌 가치와 미학적 우수성을 보다 많은 사람이 공유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9-07-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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