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미봉남’ 압박은 中에 중재역 맡기기 수순?

입력 : ㅣ 수정 : 2019-06-2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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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조미가” “南, 美에 장단만 맞춰”
대화에 관여 말라며 강경 입장 잇따라
“중재자 지렛대 이용해 입지 강화” 관측
북미 대화 재개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방북 일정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손을 잡고 배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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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대화 재개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1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방북 일정을 마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손을 잡고 배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이 27일 한국은 비핵화 협상에 관여하지 말라며 돌연 과거의 통미봉남(通美封南)식 입장을 밝혀 그 의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재자 역할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기는 전략적 변화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은 담화에서 “조미(북미) 대화의 당사자는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조미 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미국에 연락할 것이 있으면 조미 사이에 이미 전부터 가동되고 있는 연락 통로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것인 만큼 남조선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남조선당국자들이 지금 북남 사이에도 그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국통일연구원 실장도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와의 문답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16일 북유럽 순방 당시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한 데 대해 “남조선당국은 책임을 우리에게 넘겨씌우기에 급급하면서 미국의 장단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면서 “지난해 온 세계 앞에서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을 이야기하던 남조선 집권자(문 대통령)의 당당하던 모습은 도대체 어디에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런 동시다발적 비난은 북한이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21일 방북 기간에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고 시사한 점도 북한의 대남 압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담화가 외무성 미국담당국장 명의라는 점을 고려하면 하노이 회담 이후 대남라인이 뒤로 물러나고 통상적 외교라인이 대미 대화의 전면에 나선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하노이 회담 결렬의 책임을 한국이 제대로 중재 역할을 못한 데 돌리려는 것”라며 “당분간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에 밀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국도 중국도 모두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원하고 있으니 김 위원장은 중재자 역할이라는 지렛대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9-06-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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