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대한애국당 천막, 격렬 저항 속 40여일만에 철거

입력 : ㅣ 수정 : 2019-06-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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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900여명 투입해 행정대집행…당원·지지자 스크럼 짜고 저지 철거 항의하며 곳곳서 충돌…2시간 여 만에 철거 완료부상자 속출로 40여명 병원 이송…폭력 혐의 4명 현행범 체포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이 지난달 서울 광화문광장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농성 천막이 25일 철거됐다.

지난 5월 10일 천막을 설치한 지 46일 만이다.

서울시와 우리공화당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 오전 5시 20분께 직원 500명, 용역업체 직원 400명을 투입해 농성 천막 2동과 그늘막 등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천막을 지키던 우리공화당 당원과 지지자 400여명(대한애국당 측 추산)이 격렬히 저항하면서 서울시와 용역업체 소속 직원들과 충돌했다.

이날 오전 5시 16분께 시청 관계자가 천막 철거를 알리는 행정대집행문을 낭독하자 당원들은 ‘막아라’, ‘물러가라’라고 소리치며 철거에 대비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천막 앞에 놓인 사진, 구조물 등을 걷어내고 본격적인 철거에 나서자 스크럼을 짠 당원들은 온몸으로 막아서며 이들을 밀쳤고 플라스틱 물병에 든 물을 뿌리기도 했다.

한 남성은 천막 안에 있던 물품을 집어 던졌고, “이게 나라냐”, “시민들에게 왜 이러냐”고 소리 지르며 용역업체 직원들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는 이도 있었다.

오전 5시 40분께 농성 천막 한쪽 벽을 철거하고 비닐을 뜯어내자 일부 여성 당원들을 “하지 마라”,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소리 지르며 울기도 했다.

옷이 찢어진 채 “세월호 천막은 가만두고 우리한테만 그러냐”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곳곳에 보였다. 몸싸움 과정에서 쓰러진 사람이 속출하자 “사람이 죽었다”, “살인마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우리공화당 한 관계자는 “정당한 정당 활동에 대해 좌파 정권이 ‘조례’를 운운하며 이렇게 한다. 훗날 역사에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오전 6시 30분께 용역업체 직원들이 천막의 남은 한 면을 뜯어내자 천막 안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던 당원들은 광장 바닥에 드러누웠다. 기물을 던지며 마지막까지 항의하는 사람도 보였다.

결국 작업을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난 오전 7시 20분께 천막 철거는 마무리됐다. 이후 서울시 직원들은 광장 안에 놓인 물품을 정리하며 청소를 시작했다.

양측이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으면서 다친 사람도 속출했지만 심각한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40여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자 대부분은 60∼70대로 철거 과정에서 용역업체 직원과 몸싸움을 벌여 다쳤거나 탈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역업체 직원 중에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거나 얼굴, 팔에 피를 흘리는 이도 있었다. 광장 한쪽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태우거나 물을 마시는 이들도 많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용역업체 직원 2명과 우리공화당 측 2명 등 4명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용역직원 1명은 소화기를 집어 던졌고, 나머지는 서로 싸우다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철거는 완료됐지만 우리공화당 측은 서울시와 용역업체를 향해 ‘폭력 행정대집행’, ‘용역 깡패’라고 외치며 광화문광장 남측에서 서울시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우리공화당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서 숨진 ‘애국열사’ 5명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지난달 10일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서울시는 우리공화당 천막을 시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 즉 강제철거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계고장을 수차례 보냈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등에 따르면 광장은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 등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다.

정치적 목적의 농성은 조례가 규정한 광장 사용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광화문광장을 사용하려면 60∼7일 전에는 서울시에 사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시는 신청서 내용이 조례에 규정된 광장의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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