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학부모 상복 집회…자사고 재학생 부모의 분노 왜

입력 : ㅣ 수정 : 2019-06-20 18:31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표면적 “70점 되고 79점은 탈락 안돼”…이면에는 “일반고 전환시 대입서 불리” 
“일반고 전환시 기존 자사고 학생 역량 저평가”
“면학 분위기 해칠까 우려…사회경제적 손해”
“학비 차 3배 나는데 일반고 전환시 시설공유도 불만”
일각선 선발기준 등 ‘특혜’ 자사고 기준 엄격 마땅
“서울도 2014~2015년 타지역比 10점 더 높아”
교육계 찬반 엇갈려…서울자사고학부모도 반발
전북교육청 앞에 모인 상산고 학부모들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도교육청 앞에 조화를 세웠다.  2019.6.20  연합뉴스

▲ 전북교육청 앞에 모인 상산고 학부모들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도교육청 앞에 조화를 세웠다. 2019.6.20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상산고등학교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발표가 이뤄진 20일 전북도교육청 앞에는 검은 상복을 입은 학부모들의 항의집회가 열렸다. 상산고 학부모 100여명은 이날 오전 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북교육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통상 자사고 입학을 준비해왔던 중학생 학부모들의 반발과 달리 이미 자사고에 재학 중인 학부모들은 왜 자사고 지정 취소에 이렇게 극렬히 반대하고 나선 것일까.

검은 상복을 입은 학부모들은 ‘김승환 도교육감은 퇴진하라’, ‘불공정한 자사고 심사 원천무효’, ‘상산고를 살려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전북교육은 죽었다’는 의미로 도교육청을 향해 절을 하고 근조 조화를 세우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연달아 마이크를 잡고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결정을 성토했다.

한 학부모는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기준은 엉터리”라면서 “다른 시·도에서는 70점만 맞아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데 전북은 79점을 넘어도 자사고를 폐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학부모는 “상산고 자사고 폐지 결정 소식을 듣자마자 아침밥도 거르고 회사에 연차를 내고 달려왔다”면서 “79점을 맞은 상산고를 자사고에서 탈락시킨다면, 전국에서 살아남을 자사고가 대체 몇 곳이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학부모는 ‘소시오패스’나 ‘구속’과 같은 극단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임태형 상산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오늘은 한 학교의 운명을 결정하는 재지정 평가 발표의 날”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평가를 담당한 기관의 당사자인 김승환 교육감은 교육청을 비우고 특강을 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의로운 사회를 외치던 교육감이 정작 자신은 모두 편법과 불법에, 비정상적인 행위로 자사고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등 경력 100명을 도교육청 주변에 배치하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육업계는 상산고 지정 취소와 관련해 자사고 재학생 학부모들이 다른 교육청은 70점이고 전북도교육청은 이보다 10점이 높은 80점이 통과 기준이라며 절차상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등의 얘기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불만은 다른 데 있다고 보고 있다.
분노한 상산고 학부모들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2019.6.20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분노한 상산고 학부모들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발표일인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도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2019.6.20 연합뉴스

복수의 교육단체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우선 일반고보다 3배나 많은 등록금을 내는 자사고가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기존 학생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학교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록금을 내고 들어오는 입학생들과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비싼 값을 치르고 어렵게 자사고를 준비해 들어온 학부모와 재학생들의 경우 면학 분위기가 깨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학비를 싸게 들어온 학생들과 동일 시설을 공유하는 데 대해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선발기준 등에서 엄격한 자사고와 다른 일반고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게 싫다는 게 요지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심한 상산고는 자사고 가운데서도 정시 위주,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 재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다른 이유는 입시경쟁에서 기존 재학생들이 자사고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학부모과 학생들을 인터뷰하는 질적 연구를 진행해보면 일반고 3등급과 자사고 등 특목고 3등급은 다르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자사고를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선발할 때 이왕이면 특목고 3등급을 우대하지 않겠느냐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자사고 학부모들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기존 자사고 전형을 치르고 들어온 학생들의 역량이 저평가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 전북도 교육청 하영민 학교교육과장이 20일 오전 전북교육청에서 상산고등학교에 대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평가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6.20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
전북도 교육청 하영민 학교교육과장이 20일 오전 전북교육청에서 상산고등학교에 대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평가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6.20 연합뉴스

상산고는 지역 명문고로 외부학생들도 많이 유치하고 있어 사회경제적인 여파도 학부모로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과정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상산고 학부모들이 불만으로 제기한 자사고 지정 커트라인이 80점으로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 아닌 지역마다 다른 교육여건을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서울의 경우 2014~2015년 1차 평가 당시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게 평가 기준을 설정해 자사고 평가기준을 강화했었다”면서 “자사고 평가는 지역여건에 따른 교육감 재량 사업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을 추첨 배정하는 일반고와 달리 선발시기와 선발방법에서 특혜를 받고 있는 자사고의 경우 운영과 학교시설의 측면에서 더 높은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선임연구원은 “사회통합자 전형의 책무를 소홀히 한 상산고도 문제지만 당초 자사고를 설립 기준에 미달이면 마땅히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자사고가 고교서열화와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자사고를 가지 못한 일반고 학생들이 대입에서 밀렸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초등학교부터 자사고를 준비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 학부모들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전북도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계획에 반발하며 침묵시위하고 있다.   2019.3.20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 학부모들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전북도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계획에 반발하며 침묵시위하고 있다. 2019.3.20 연합뉴스.

그는 “자사고 폐지 수단으로 재지정 평가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엄격한 기준 없이 ‘특권학교’로서 그대로 유지해주는 것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전북교육청은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80점)에 미달하는 79.61점을 받았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이날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평가단 평가와 심의 등을 거쳐 상산고에 대해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이 밝힌 항목별 점수를 보면 상산고는 31개 항목 중 대부분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일부 항목의 점수가 현저히 낮았다.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표에서 4점 만점에 1.6점을 받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 적정성 점수(2점 만점에 0.4점)도 저조했다.

특히 감사 등 지적 및 규정 위반 사례가 적발돼 5점이 감점됐다. 상산고의 평가 점수가 기준점수인 80점에 불과 0.39점 부족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는 상산고의 생사를 좌우한 핵심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 감점은 전북도교육청이 2014년과 2018년 상산고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를 근거로 했다.
발언하는 박삼옥 상산고 교장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진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에서 박삼옥 상산고 교장이 학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6.20 연합뉴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발언하는 박삼옥 상산고 교장
상산고등학교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내려진 20일 오전 전북도교육청에서 박삼옥 상산고 교장이 학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9.6.20 연합뉴스

이에 대해 교육계 반응은 엇갈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상산고 운영평가결과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전북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재지정 기준점을 설정하고 평가지표를 변경했다”면서 “불공정한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재지정 기준점이 70점인 다른 시·도와 달리 전북은 기준점이 80점이어서 상산고와 다른 자사고 간 심각한 차별이 발생했다”면서 “사회통합전형을 통한 학생선발 의무가 없는 상산고 평가 때 관련 항목을 넣은 것은 정당성도 없고 법령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자사고를 비롯한 특권학교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상산고도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과 위원회 심의에 따라 평가가 이뤄졌다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다른 9개 교육청도 공정하고 엄격하게 운영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서둘러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실패에 교육청에 놓인 근조화환과 계란 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이 취소된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앞에 근조화환과 계란이 놓여져 있다. 상산고는 재지정 기준 80점 보다 0.39점이 부족한 79.61점을 얻어 재지정에 실패했으며 앞으로 7월 초 청문, 7월 중 교육부 장관의 동의에 따라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될 예정이며 9월 중순경 2020힉년도 평준화 일반고 전형요강을 공고할 예정이다.2019.6.20/뉴스1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실패에 교육청에 놓인 근조화환과 계란
상산고등학교의 자립형사립고 재지정이 취소된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교육청 앞에 근조화환과 계란이 놓여져 있다. 상산고는 재지정 기준 80점 보다 0.39점이 부족한 79.61점을 얻어 재지정에 실패했으며 앞으로 7월 초 청문, 7월 중 교육부 장관의 동의에 따라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될 예정이며 9월 중순경 2020힉년도 평준화 일반고 전형요강을 공고할 예정이다.2019.6.20/뉴스1

이와 관련해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서울자학연)는 이날 오전 “서울의 자사고 평가가 공정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며 서울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평일 낮임에도 서울 자사고 22곳 학부모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전수아 서울자학연 회장은 “한 학교라도 지정취소가 결정되면 모든 학교가 공동행동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교육청이 우리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13개 자사고 평가결과는 다음달 초 나온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블로그

서울Eye - 포토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