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사설] 사법농단 문건공개하라는 1심 뒤집은 법원, 또다른 사법농단 아닌가

[사설] 사법농단 문건공개하라는 1심 뒤집은 법원, 또다른 사법농단 아닌가

박록삼 기자
입력 2019-06-14 18:27
업데이트 2019-06-14 18:2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서울고법 행정3부는 그제 참여연대가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사법농단 문건을 공개하라는 1심을 뒤집고 비공개 판결을 내렸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사법행정권남용특별조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기재된 ‘조사결과 주요 파일(410개)’ 목록 중 404개 파일의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행정처가 비공개 결정을 내리자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 2월 1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문건들을 그대로 공개할 경우 조사 대상자가 부담을 느껴 적극적인 자료 제출이나 협조를 꺼리게 돼 향후 감사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 현직 법관에 대한 징계 절차, 전·현직 법관에 대한 형사재판도 진행되고 있어 감사 업무가 완전하게 종결됐다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사법농단 사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고 전·현직 판사들이 무더기로 재판을 받는 등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년 반 임기 동안 세 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을 정도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사법부가 만인에게 평등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법의 기본 원칙을 저버리고 상고법원 설치 등 집단의 이익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유착해 재판 결과를 거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상은 결국 국민이었다. 이번 재판은 피해받고 상처받은 국민이 주권자로서의 알권리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법부가 여전히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은 물론, 사법부 개혁의지도 없음을 가감없이 드러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사법부 구성원들 내부의 뿌리 깊은 권위의식과 오만을 드러낸 것이다.

항소심 재판장이 문용선 부장판사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부장판사는 검찰이 사법농단에 연루됐다며 법원에 통보한 비위 법관 66명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5년 서울북부지법원장 재직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인 재판 관련 청탁을 전해 들은 뒤, 해당 사건 주심 판사를 직접 사무실로 불러 그 내용을 전달했다.

참여연대가 공개를 요구한 문건 404건 중 402건은 이미 사실상 공개됐고, 현재는 두 건만 비공개로 남았다. 그중 하나가 서영교 의원이 포함된 ‘20대 국회의원 분석’ 문건이다. 판사가 자신의 이해관계가 달린 내용의 사건 판결을 스스로 내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