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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한반도구상 패러다임 전환…왜 ‘국민을 위한 평화’인가

文의 한반도구상 패러다임 전환…왜 ‘국민을 위한 평화’인가

임일영 기자
임일영 기자
입력 2019-06-12 21:05
업데이트 2019-06-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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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 포럼에서 “국민 개개인의 삶이 나아지게 하는 평화가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후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6.12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후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6.12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비전이나 선언이 아니다”라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깊이 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 의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한 주민들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국민을 위한 평화’란 개념을 구체화했다.

노르웨이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6·12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인 이날 오슬로 대학에서 가진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란 제목의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에서 거창한 ‘로드맵’, ‘선언’보다 국민 개개인의 일상을 바꾸는 평화로의 발상 전환이 한반도의 불가역적이고, 항구적 평화를 위해 본질적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마침 오늘은 ‘제1차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는 날”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담대한 의지와 지도력이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1년 전 오늘, 역사상 최초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손을 맞잡았고 두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의 큰 원칙에 합의으며 지금 그 합의는 진행 중”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것은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지난 70년 적대해왔던 마음을 녹여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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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월경
깜짝 월경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북측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 국제평화연구소 창설자로 평화라는 화두에 천착해온 정치학자 요한 갈퉁의 저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를 인용해 폭력이나 분쟁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소극적 평화’가 아닌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 등 돌리며 살아도 평화로울 수 있지만, 진정한 평화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이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모일 때 국민들 사이에 이념과 사상으로 나뉜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이 참여하지 않는 정치권 만의 통일 논의로는 색깔론이나 남남갈등을 넘어설 수 없다. 우리 사이의 갈등을 더 키울 것”이라면서 “평화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좋아지고, 달라지는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분단이란 구조적 제약으로 국민들이 겪는 피해부터 해결하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이며 함께 한 역사는 5000년이고 헤어진 역사는 70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접경지역에서의 산불이나 병충해, 가축전염병, 바다에서 어민들의 조업권을 남북한 국민이 분단에 따른 구조적 폭력의 예로 들었다. 1970년대 동서독이 ‘접경위원회’를 설치해 화재, 홍수, 산사태,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에 공동대처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지난 2017년 4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제시한 한반도 평화구상의 ‘민생 통일’ 개념과도 맥을 같이한다.
문재인(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후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후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질의응답은 BBC 서울특파원 로라 비커가 진행했다. 2019.6.12 연합뉴스
문재인(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오후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후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질의응답은 BBC 서울특파원 로라 비커가 진행했다. 2019.6.12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이웃국가의 분쟁과 갈등 해결에 기여하는 평화가 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항구적 한반도 평화정착은 동북아에 마지막 남은 냉전구도의 완전한 해체를 의미하며 역사와 이념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온 동북아 국가들에게 미래지향적 협력으로 나아갈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여정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만년설이 녹아 대양으로 흘러가듯 서로를 이해하며 반목의 마음을 녹일때 한반도의 평화도 대양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르웨이 외교부와 스위스 제네바 소재 비정부기구(NGO)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가 2003년부터 해마다 공동주최해온 오슬로 포럼은 국제분쟁 중재와 평화정착 문제를 다루며 안토니우 구테레쉬 UN 사무총장과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연사로 초대된 바 있다. 이날 연설에는 하랄 5세 노르웨이 국왕을 비롯해 이네 에릭센 써라이데 외교장관 등 주요인사들과 600여명의 청중이 함께했다. 연설 장소인 오슬로 대학은 1947~1989년까지 노벨 평화상이 시상된 유서깊은 곳이기도 하다.

오슬로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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