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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잇단 경제 논쟁, ‘한 방’ 대책은 없다/장세훈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잇단 경제 논쟁, ‘한 방’ 대책은 없다/장세훈 경제부 차장

장세훈 기자
입력 2019-05-27 17:28
업데이트 2019-05-2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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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훈 논설위원
장세훈 논설위원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는 두 주인공이 각각 화자가 돼 같은 상황을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현재 한국 경제도 이러한 냉정과 열정 사이에 존재한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각종 경제 논쟁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진보 진영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각각 ‘잃어버린 10년’으로 지칭한다. 양측 주장을 종합하면 우린 이미 ‘잃어버린 20년’을 살아온 셈이다. 결국 분배와 성장에 대한 이슈를 진보와 보수의 시점에서 어느 것이 옳다고 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분배와 성장은 ‘시소게임’과 같다. 시소는 양쪽이 균형이 맞춰지지 않는 이상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내려간다. 균형이 무너지면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문재인 정부 남은 3년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어도 지난 2년의 반성이 필요하다. 되짚어 보자.

2017년 하반기 ‘뜨거운 감자’는 최저임금이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을 29.1% 올렸다. 하지만 지난 21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현장 실태 파악’ 보고서는 일부 업종에서 고용이 감소했다는 정부의 첫 공식 조사 결과였다. 경제 현실을 인정하는 데 1년 6개월여가 걸렸다.

지난해 5월에는 경기 논쟁이 달아올랐다. 당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경기는 침체 국면 초입 단계에 있다”고 불을 지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월별 통계로 성급한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기재부가 매월 발표하는 그린북(최근 경제 동향)에서 ‘경기 회복세’라는 표현을 뺀 것은 지난해 10월, ‘경기 부진’을 인정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현재 우리 경제를 뜨겁게 달구는 소재는 저성장 또는 경기 침체 우려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를 저점으로 보고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L자형 침체와 더불어 경제성장률 1%대 추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경제 논쟁들을 끄집어냄으로써 정부의 판단이 늦었다거나 잘못됐다고 핀잔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다. 논쟁에는 다양한 근거들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주장이 맞냐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정책에 목마른 계층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 입장에서는 논쟁의 수단이 되는 근거들을 지워 낼 정책 수단들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적어도 그동안 세계 경기 호조세 속에 유독 우리나라만 경기 회복세가 가장 먼저 꺾인 이유와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 봐야 하는 이유다. 경제 현실부터 인정해야 비로소 정책 대응도 가능해진다.

특히 경제 현실은 다층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풀어 낼 이른바 ‘한 방’을 기대해선 안 된다. 당장 추경을 비롯한 확장적 재정 정책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경기 하강 충격을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경기 반등을 이끌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통화 정책에 대한 도를 넘은 ‘훈수’도 삼갈 필요가 있다. 정부가 결정 주체인 한국은행보다 앞서 경기 부진을 내세워 기준금리 인하론을 제기하지만, 2017년 11월 한은의 금리 인상 전에는 정부가 부동산 급등을 이유로 인상론을 폈다는 점에서 금리의 방향성만 빼면 판박이다. 재정과 통화라는 거시 정책의 틈새를 메울 다양한 미시 정책 수단을 마련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노동 개혁 역시 더이상 ‘금기’로 놔둬서는 안 된다.

shjang@seoul.co.kr
2019-05-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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