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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정상 아래 체증 묶여 죽음 맞는 산악인들

에베레스트 정상 아래 체증 묶여 죽음 맞는 산악인들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5-24 15:26
업데이트 2019-05-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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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당국 등반 허가 남발도 문제, 이번 주 벌써 일곱 사망

 23일(이하 현지시간)에만 네 명이 스러지는 등 이번 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해발 고도 8848m)에서 모두 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에베레스트는 5월에나 정상 등정 허가가 내려지는데 벌써 지난해 희생자 숫자를 넘어섰다.

 인도의 두 산악인 칼파나 다스(52)와 니할 바그완(27)이 정상을 밟고 돌아오다 체력이 소진돼 희생됐다. 현지 투어 조직자인 케샤브 파우델은 AF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바그완이 12시간 넘게 정상 부근에 형성된 체증에 발이 묶여 고생하다 기진맥진한 것이 죽음을 부른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65세 오스트리아 등반가도 정상을 밟은 뒤 중국 티베트쪽으로 하산하다 목숨을 잃었다. 네팔 가이드 한 명도 소중한 생을 마쳤다.
파서블 어드벤처 제공
파서블 어드벤처 제공
사진을 보면 여기가 세계 최고봉이 맞나 싶을 것이다. 네팔 구르카 용병 출신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가 이끄는 프로젝트 파서블 탐사대가 지난 22일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는 이들이 형성한 긴 줄을 카메라에 담았다.

 22일 에베레스트를 등정해 일곱 대륙 최고봉을 모두 발 아래 둔 도널드 린 캐시(55)이 해발 8770m의 힐러리 스텝에서 기나긴 체증이 풀리길 기다리다가 고산병과 저체온증이 동시에 겹쳐 의식을 잃었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고 등반 전문업체 파이오니어 어드벤처가 밝혔다고 미국 ABC뉴스와 영국 BBC가 24일 전했다.

 네팔 정부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연락관인 갸넨드라 슈레스타는 그의 주검이 산에 그대로 남겨졌다며 날씨가 허락하면 24일 더 많은 시신 수습 노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출신 안잘리 쿨카르니도 22일 에베레스트 등정 뒤 하산하다 숨졌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일인당 1만 1000달러(약 1300만원)씩 내고 일생의 한 번뿐인 에베레스트를 오르겠다는 이들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네팔 당국은 올 봄 시즌 외국인 367명과 네팔 국적 14명에게 등반 허가를 내줬다. 스스로 체력이 안 된다며 필생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룰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세르파 등 네팔 스태프 400명이 따라붙어 이날 이렇게 엄청난 체증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지난주 등정 뒤 하산 도중 숨진 라비 타카르, 이달 중순 실종돼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일랜드 등반가 시머스 롤리스까지 치면 이번 시즌 에베레스트에서만 여섯 명이 숨지고, 바로 근처 로체에서 한 명이 숨졌다. 히말라야 지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12명이 세상을 등졌다고 슈레스타는 밝혔다.

 지난해 봄 시즌에 에베레스트에서 다섯, 로체에서 한 명이 숨졌다. 올해 에베레스트 등정자 숫자는 지난해 807명을 간단히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네팔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너무 많은 등반 허가를 내주는 바람에 경험 없는 산악인들이 상업 등반 회사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오르다 경험과 체력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탐험가이며 방송 진행자인 벤 포글은 지난해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는데 트위터에 “등반 허가를 따내려고 런던 마라톤식 로또가 진행되더라”고 개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도널드 린 캐시 페이스북 캡처
도널드 린 캐시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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