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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시설 다섯 곳 해체 요구했는데” 콕 집은 트럼프 발언 무얼 노렸나

“北 핵시설 다섯 곳 해체 요구했는데” 콕 집은 트럼프 발언 무얼 노렸나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5-21 10:01
업데이트 2019-05-2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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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 도중 북한이 보유한 핵시설을 ‘다섯 곳’으로 콕 집어 발언하면서 어떤 의도가 숨어있을까 주목되고 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당시 북한이 내놓은 핵시설 해체 범위가 미국의 요구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미국이 요구한 곳이 다섯 곳이라고 구체적인 숫자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터져 나오는 이란과의 긴장 고조에 대해 발언하다가 불쑥 북한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더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 도중 이란 얘기를 이어가다 “(2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을 떠날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왜냐하면 그는 (핵시설) 한두 곳(site)을 없애길 원했다. 그렇지만 그는 다섯 곳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 ‘나머지 세 곳은 어쩔 것이냐’고 했다. ‘그건 좋지 않다. 합의를 하려면 진짜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미국은 핵시설 다섯 곳의 해체를 압박하고 북한은 영변과 풍계리 등 기존에 알려진 핵시설 해체만 고집하면서 결렬에 이르렀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동안 구체적으로 입에 올리지 않았던 핵시설 숫자를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입밖으로 낸 것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계속되는 북미 협상 교착의 책임을 북한에 돌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미 간 긴장이 자신의 대통령 재선 가도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진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중국, 베네수엘라 등 여러 전선을 펼쳐놓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최근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북한 때문에 재선 가도에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그가 이날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실험은 없었다(no test)”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북한의 잇따른 발사체 발사를 고려했는지 ‘미사일 시험 발사’라고 딱 꼬집어 언급하지 않은 것이나 ‘북한이 핵실험도, 미사일 시험 발사도 중단했다’며 치적으로 강조하던 예전 발언과도 사뭇 다르다.

그러나 그의 ‘다섯 곳’ 발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협상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숫자를 부풀리고 사실을 과장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지난 3월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발사장 일대를 촬영한 38노스의 위성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불쑥 2차 북미정상회담 때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 다섯 곳의 해체를 요구했고 북한은 영변과 풍계리 등 기존에 알려진 시설 두 곳만 고집해 결렬됐다고 털어놓아 그 의도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3월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미사일발사장 일대를 촬영한 38노스의 위성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불쑥 2차 북미정상회담 때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 다섯 곳의 해체를 요구했고 북한은 영변과 풍계리 등 기존에 알려진 시설 두 곳만 고집해 결렬됐다고 털어놓아 그 의도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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