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자녀 안락사 위기에 부모들, “마크롱이 치료 중단 막아달라”

입력 : ㅣ 수정 : 2019-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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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상 랑베르의 어머니 비비앵이 아들의 사진을 든 채 연명 치료 중단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 뱅상 랑베르의 어머니 비비앵이 아들의 사진을 든 채 연명 치료 중단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뱅상 랑베르의 2015년 모습. 식물인간 상태이지만 그는 가끔 눈을 떠보인다. 하지만 자극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다. BBC 홈페이지 캡처

▲ 뱅상 랑베르의 2015년 모습. 식물인간 상태이지만 그는 가끔 눈을 떠보인다. 하지만 자극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다.
BBC 홈페이지 캡처

뱅상 랑베르의 아내 레이철. 그녀와 뱅상의 다섯 형제자매는 부모와 달리 연명 치료가 의미없다며 수분과 영양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BBC 홈페이지 캡처

▲ 뱅상 랑베르의 아내 레이철. 그녀와 뱅상의 다섯 형제자매는 부모와 달리 연명 치료가 의미없다며 수분과 영양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BBC 홈페이지 캡처

“대통령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랑베르는 20일(이하 현지시간) 시작하는 (이번)주에 수분 부족으로 죽게 될 것이다. 당신이 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마지막 사람이다.”

식물인간 상태의 성인 자녀를 둔 프랑스인 부모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담당의사의 안락사 결정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19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모터사이클 사고를 당한 뱅상 랑베르(42)는 심각한 뇌 손상과 사지마비 등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별달리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14년 그의 아내 레이철과 다섯 형제자매는 소극적 안락사법에 따라 그에게 영양과 수분 공급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랑베르 부모는 치료를 계속하면 그의 상태가 나아질 수 있다며 법원에 요청해 이듬해 이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아냈다. 다시 몇년 동안 난치 상태가 이어졌다. 랑베르의 새 의료진은 20일부터 랑베르에 대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겠다고 지난 10일 가족에게 통보했다.

프랑스는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의료진이 말기 환자를 깊은 수면으로 유도하는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어 랑베르 사례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환자의 아내, 형제자매와 부모 사이 이견이 노출돼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

랑베르의 부모는 이날 마크롱 대통령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아들이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부모들은 “보건장관이 장애인에 대한 프랑스의 의무를 존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만약 랑베르를 죽게 놔둔다면 후세는 이를 “국가에 의한 살인”으로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랑베르가 입원 중인 북부 림스의 한 병원 앞에 어머니 비비앵이 만든 홈페이지 ‘난 뱅상을 응원해’를 보고 모인 150여명의 지지자들이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그의 어머니는 “프랑스에서 올해 누구도 굶주림과 목마름 때문에 죽어선 안된다”고 호소했고, 부모의 변호인들은 20일 새로운 항소장 세 건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모들은 유엔 장애인 권리에 관한 위원회(CRPD)에 호소했다. 유엔 CRPD는 이번 사례를 구체적으로 조사할 시간을 달라며 생명을 빼앗는 어떤 결정도 위원회가 의견을 제시하기 전까지 내리지 말라고 프랑스 정부에 요청했다. 랑베르의 부모는 “왜 랑베르의 죽음을 서두를 필요가 있는가“라고 물으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유엔 위원회의 요청에 응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프랑스 보건부는 유엔 위원회의 결정이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아그네스 부진 보건부 장관은 “모든 법적 항소와 국내와 유럽 등 모든 사법기관 절차가 소진됐다. 그 결과 의료진이 치료를 철회할 권리를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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