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입’ 강신명 구속, 이철성 기각…전직 경찰수장 운명 엇갈린 이유

입력 : ㅣ 수정 : 2019-05-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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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강신명, 혐의 상당한 이유…증거 인멸 염려”
“이철성, 피의자 지위 구속 필요성 인정 어려워”
경찰 “당혹, 충격…정당한 정보 활동 위축 우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5.15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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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9.5.15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국회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오른 ‘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수사권을 갖게 된 경찰에 대해 권력 비대화 우려로 정보 수집을 폐지하거나 경찰에서 분리하는 방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경찰의 부적절한 정보활동을 이유로 전직 경찰 수장이 구속됐다. 이에 경찰은 경찰은 당혹스러워 했다. 반면 당시 경찰청 차장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와 관여 정도”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는 강신명(55) 전 경찰청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영장청구서에 기재된 혐의와 관련한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 등과 같은 구속사유도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전 청장 재임 시기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이철성(61) 전 경찰청장등의 영장은 기각됐다. 신 부장판사는 “사안의 성격, 피의자의 지위 및 관여 정도, 수사 진행 경과, 관련자 진술 및 문건 등 증거자료의 확보 정도 등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2016년 4월 제20대 총선 당시 경찰 정보라인을 이용해 ‘친박계’ 후보를 위한 맞춤형 선거정보를 수집하고 선거대책을 수립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강·이 전 청장 등 전·현직 경찰 수뇌부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 기획에 참여하거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구치소 나서는 이철성 전 경찰청장, 강신명 전 청장은 구속 (의왕=뉴스1) 이광호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정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철성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전 경찰청장이 15일 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한편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구속됐다.2019.5.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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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치소 나서는 이철성 전 경찰청장, 강신명 전 청장은 구속
(의왕=뉴스1) 이광호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동원해 불법적으로 정치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철성 전 경찰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전 경찰청장이 15일 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한편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구속됐다.2019.5.15/뉴스1

강·이 전 청장 등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인 2012∼2016년 차례로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일하면서 청와대·여당에 비판적인 세력을 ‘좌파’로 규정해 사찰하면서 견제방안을 마련하는 등 위법한 정보수집 활동을 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청 정보국은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에서 활동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을 제압할 방안을 구상해 청와대에 제안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강 전 청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선거동향 등 정보를 수집해 넘겼을 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청와대가 판단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을 상대로 불법 정보활동을 어떻게 지시하고 보고받았는지 보강조사를 한 뒤 이 전 청장 등과 함께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 정보관은 연합뉴스를 통해 “문제가 된 정보수집 활동이 경찰이 주도적으로 발 벗고 나서서 한 활동은 아닐 것”이라며 “서슬 퍼런 과거 정권에서 압력이 있었다면 이를 소신껏 거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잘못된 관행은 사라져야 하지만 마치 정보관들의 활동이 정권 유지 차원의 행위로만 오해돼서는 안 된다”며 “검찰이 수사권조정을 앞두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부터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경찰 정보관은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이미 증거도 확보했고 도주 우려도 없는데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강 전 청장이 구속된 것은 당혹감 정도가 아니라 충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의 정당한 정보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우려했고, 또다른 경찰은 “비정상적인 정보 경찰 활동을 이번 기회에 과감히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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