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전경련과 개혁/박록삼 논설위원

입력 : ㅣ 수정 : 2019-05-08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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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설립을 주도한 전경련은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게 맞다. 청와대가 전경련을 상대 안 해주면 된다.”(2016년 10월 유승민 의원)

“자진해산하지 않으면 정부가 전경련을 해산시켜야 한다. 전경련이 스스로 자유시장경제 창달의 장애물이 됐음을 보여 준다.”(2017년 2월 안철수 대선 후보)

‘대통령 박근혜 탄핵’ 이후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대선 후보 8명 중 6명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으로서는 외통수에 몰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활용된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의 설립, 기금 마련에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섰고, 박근혜 정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섰으며, 어버이연합 등 극우단체를 후원한 사실도 밝혀졌다. 후보마다 한목소리로 해체하라니 ‘정치보험’을 들기도 애매했다.

전경련은 명실상부한 재벌의 이익단체다. 재벌이야 하나하나가 이미 충분한 ‘갑’이다. 그 갑들이 한데 모인 단체니 실상은 ‘재벌판 어벤져스’에 가깝다. 때로는 정치권력에 붙어서 ‘정치권 수금 창구’로서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하는가 하면, 때로는 자본으로 그들을 철저히 길들이기도 했다. 촛불 민심이 전경련의 해체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존폐 위기에 몰린 전경련은 2017년 3월 ‘한국기업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고 연구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었다. 오히려 2년 남짓 웅크렸다가 슬슬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달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 반대 입장을 밝히자 ‘연금사회주의’라며 색깔론을 제기했고, 지난 2일에는 ‘한국 최저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7위며,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최저임금은 1위’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는 OECD에서 쓰지 않는 통계를 갖다 붙인 것이다.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이 아닌 국민총소득(GNI)에 대비한 교묘한 통계 조작이었다. 소득주도성장에 흠집을 내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발 심리를 부추기려는 아전인수식 ‘가짜뉴스’였다. 전경련은 왜 이런 것인가. 주말마다 성조기 흔들어 대는 세력이 광화문 언저리를 휩쓸고, 야당 정치인이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인 것에 고무된 탓일까.

대기업이 한국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음은 부정될 수 없다. 그러나 이익집단 전경련은 다르게 봐야 한다. 전경련을 부정하는 것이 마치 자본주의나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인 양 말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전경련이 자유민주주의를 원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시장주의를 외쳐야 한다. 통계 조작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게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youngtan@seoul.co.kr
2019-05-08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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