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푸틴 이례적 30분 먼저 도착

입력 : ㅣ 수정 : 2019-04-26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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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15분 단독·확대회담
회담장 들어가는 金… 맞이하는 푸틴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 먼저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두 번째) 러시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자 회담장 입구로 걸어가고 있다. ‘지각대장’으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보다 회담장에 30분가량 먼저 도착해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블라디보스토크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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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담장 들어가는 金… 맞이하는 푸틴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 먼저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두 번째) 러시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자 회담장 입구로 걸어가고 있다. ‘지각대장’으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보다 회담장에 30분가량 먼저 도착해 김 위원장을 기다렸다. 블라디보스토크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30분 일찍 도착해 김 위원장을 기다려 눈길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외교 무대에서 ‘지각대장’으로 불릴 만큼 상대방 정상을 기다리게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장인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S동에 오후 1시 35분쯤(현지시간) 도착했다. 대학 내 귀빈 숙소에 머물던 김 위원장이 오후 2시 5분쯤 S동 앞에 도착해 전용 차량에서 내렸고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푸틴 대통령을 향해 걸어갔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회담 시작 시간을 정확히 못 박지 않은 채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시작될 것이라고만 예고했었다.

푸틴 대통령이 먼저 와서 다른 정상을 기다리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 때는 46분 늦었고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도 50여분 지각했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무려 4시간 15분을 기다리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푸틴 대통령이 회담 예정 시간보다 35분 지각하자 그보다 22분 더 늦게 와 맞불을 놓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산불이 계속되고 있는 동시베리아 자바이칼리예 지역을 들렀다 왔기에 이번 회담에도 지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이 지각하지 않은 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러시아의 동북아 전략에서 가치가 높아진 북한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의전을 중시하는 북한이 러시아와 오랜 실무협상을 통해 회담 시간표를 분초 단위로 면밀히 준비했을 가능성도 높다.

단독회담은 오후 2시 10분쯤 시작해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50분가량 진행됐고 확대회담도 오후 4시쯤부터 1시간 25분 동안 이어졌다. 이후 두 정상은 함께 만찬을 하며 환영 공연을 관람한 뒤 총 5시간에 걸친 정상회담 일정을 마무리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찬 연설에서 “북한 속담에 힘을 합치면 산도 옮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바로 여기에 성공의 담보가 있다고 확신한다”며 “국제사회와 모든 관련국의 적극적 참여 속에 우리는 견고한 평화와 안정, 한반도의 번영 확보를 위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두 나라 인민은 지난 세기 항일대전의 공동의 투쟁 속에서 전우의 정으로 결합됐으며 장병들은 조선의 해방을 위하여 자신들의 피를 아낌없이 바쳤다”며 ‘혈맹’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자국 전통 검을 서로 선물하며 동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풍습에는 칼을 들 때는 악의를 품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상대방에게) 돈을 주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검은) 각하를 지지하는 나와 우리 인민의 힘과 영혼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방러와 자신의 방북을 언급했고 김 위원장은 북러가 ‘오랜 친선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며 화답하면서 70여년 이어 온 북러 우호를 과시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9-04-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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