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똑소톡 소액재판의 소소한 이야기] 동거남의 바람, 책임 물을 수 있나

입력 : ㅣ 수정 : 2019-04-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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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남의 연인 상대 손배 소송
#원고: 동거녀 정모씨 vs 피고: 동거남의 연인 이모씨

정모(여)씨는 박모씨와 2014년 6월부터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습니다. 그런데 박씨는 2016년 5월 또 다른 여성 이모씨를 만나 사귀게 됩니다. 동거남의 바람을 알게 된 정씨는 “박씨와 사실혼 관계인데, 이씨의 부정 행위로 부부 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며 이씨를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같이 살았지만 가족·지인들은 부부로 안 봐

정씨는 ‘사실혼 관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동거 관계’로 봤습니다. 이를 구분하는 근거도 여럿 제시했습니다. 사실혼의 파탄은 법적 부부와 동일하게 손배를 받을 수 있지만, 사실혼을 인정하려면 단순 동거만으로는 부족하고 주관적으로 혼인 의사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객관적으로 혼인 생활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씨와 박씨는 같은 아파트에 전입신고가 돼 있고, 주거비와 생활비도 공동 부담했으며, 양가 가족 모임에도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고, 둘이 함께 활동한 스포츠 클럽에는 자신들을 부부로 소개하지 않았으며, 클럽 회원들도 이들이 부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박씨의 자녀들이 함께 생활한 것도 아니었고, 양가 가족들도 이들을 부부로 보지 않았습니다.

●“사실혼 아닌 동거 관계… 손해배상 불가”

광주지법 양환승 단독판사는 법률상 보호를 받는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며 정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양 판사는 “근래 들어 결혼 의사가 없거나 명확하지 않으면서 동거하는 경우가 많아진 현실을 고려하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가 필요한 사실혼 관계와 그렇지 못한 동거 관계를 더욱 엄격한 기준에 의해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실혼 관계 성립에 반드시 결혼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결혼식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됐음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의무 이행을 약속하며 대외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자리”라며 “결혼식의 의미와 동거 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결혼식 여부가 단순 동거와 사실혼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문도 인용했습니다. 헌재는 2015년 2월 “부부간 정조의무 보호라는 법익 못지않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이 개인의 존엄과 행복 추구 측면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회로 변해 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인식 변화를 감안할 때 법률상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배우자의 부정 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배 청구를 한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9-04-2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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