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래 노동자 10대 노동을 ‘천시’하다

입력 : ㅣ 수정 : 2019-04-24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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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노동 리포트] 청소년들 ‘노동=고된 일’로 인식
“노동자 아닌 근로자 되려고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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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다채로운 장래를 꿈꾸지만 큰 틀에서 미래는 결정돼 있다. 산업·고용 지형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10명 중 7명은 노동자로 살게 된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 가운데 노동자(임금근로자) 비율은 72.1%(2019만명)다. 청소년들은 ‘노동’을 어떻게 바라볼까. 서울신문이 10~23일 전국 중·고교생과 학교 밖 청소년 등 570명에게 물었더니 ‘노동=돈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몸 쓰는 고된 일’이라는 인식이 드러났다.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에게 ‘노동자’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써 달라고 한 뒤 자주 언급된 단어를 분석했다. ‘일하는 사람’(282회), 돈을 받다(36회) 등 가치중립적인 표현을 제외하면 ‘힘들다’(110회), ‘막노동’(14회), ‘공사장’(11회), ‘노가다’(9회) 등의 단어를 많이 떠올렸다. 학교 밖 청소년인 박윤주(18)양은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루칼라 직군은 노동자로 본 반면 화이트칼라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인식도 강했다. 설문에서 한국표준직업대분류상 20개 직종을 제시하고 ‘노동자로 생각하는 직업을 모두 표기해 달라’고 했더니 건설현장 인부(90.4%), 배관공(78.8%), 마트 계산원(76.3%), 철도 기관사(70.0%) 등이 높은 선택률을 보였다. 반면 기업 임원(31.9%), 프로그래머(41.9%), 의사(45.4%), 교사(48.9%) 등은 노동자로 보지 않았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다니는 김모(19)군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고 조금이라도 편히 돈을 벌면 근로자이고 어렵게 일하면서 적은 돈만 벌면 노동자라고 생각한다”면서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가 되려고 공부한다”고 말했다. 실제 설문조사 응답자의 80.9%가 “‘노동자’보다 ‘근로자’라는 단어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답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면 노동자로 보지 않는 것은 사회의 뿌리깊은 노동 천시 인식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권리는 비교적 잘 알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응답이 90.9%, 올해 최저임금(8350원)을 안다는 응답도 87.7%였다. ‘헌법이 정한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지켜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50.5%)이 부정적으로 답했다. 긍정 답변은 31.6%에 그쳤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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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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