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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교회·호텔 연쇄폭발로 수백명 사상…“열흘 전 테러 경고”

스리랑카 교회·호텔 연쇄폭발로 수백명 사상…“열흘 전 테러 경고”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19-04-21 19:05
업데이트 2019-04-2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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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인 21일 스리랑카의 교회와 호텔 8곳에서 연쇄적으로 폭발이 일어나 최소 160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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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을 맞은 21일 스리랑카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난 교회 3곳과 호텔 3곳 중 한 곳인 서부 도시 네곰보의 성세바스티안성당에서 신자들이 잔해로 뒤덮인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부상자를 수습하고 있다. 네곰보 성세바스티안성당 페이스북 캡처
부활절을 맞은 21일 스리랑카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난 교회 3곳과 호텔 3곳 중 한 곳인 서부 도시 네곰보의 성세바스티안성당에서 신자들이 잔해로 뒤덮인 사고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부상자를 수습하고 있다. 네곰보 성세바스티안성당 페이스북 캡처
●연쇄 폭발로 100명 이상 숨져…혼란 속 사상자 수 엇갈려

이날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있는 가톨릭교회 1곳과 외국인 이용객이 많은 주요 호텔 3곳에서 거의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호텔은 총리 관저 인근의 시나몬 그랜드 호텔과 샹그릴라 호텔, 킹스베리 호텔로 모두 외국인 이용객이 많은 5성급 호텔이다.

이 가운데 시나몬 그랜드 호텔에서는 식당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비슷한 시각 콜롬보 북쪽 네곰보의 가톨릭교회 1곳과 동부 해안 바티칼로아의 기독교 교회 1곳에서도 폭발이 발생했다.

로이터는 현지 경찰을 인용해 수도 콜롬보 인근 데히웰라 지역에 있는 국립 동물원 인근의 한 호텔에서 7번째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최소 2명이 사망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어 콜롬보 북부 오루고다와타 교외에서 8번째 폭발이 발생했다고 AFP는 현지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두 번의 폭발 모두 이 밖의 자세한 내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현지 경찰 당국자는 네곰보의 가톨릭교회에서만 60명 이상이 숨졌다고 전했다.

바티칼로아 기독교 교회에서는 최소 25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랑카 현지 TV 매체는 폭발로 천장이 파손된 네곰보 지역 성당에서 부상자들이 피 묻은 좌석 사이로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성당은 페이스북에 “우리 교회에 폭탄 공격이 가해졌다. 가족이 여기 있다면 와서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이번 연쇄 폭발로 인한 사상자 중에는 외국인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뉴스 포털 뉴스퍼스트는 이번 연쇄 폭발로 최소 160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매체는 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사망자 수가 138명이라고 보도했고, 스리랑카 국영 데일리뉴스는 최소 129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쳐 입원했다고 적는 등 매체별로 사상자 수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상황이 확인되고 당국이 사상자 수를 공식 집계해 발표하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피해자도 상당한 듯…“한인 피해 없어”

콜롬보 시내 종합병원 등 현지 의료기관은 수백명의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으며, 치료 중 숨지는 사례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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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곳곳에서 21일 연쇄 폭발이 발생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폭발이 일어난 동부 해안의 바티칼로아의 기독교 교회에 지역 경찰이 모여 있다. 2019.4.21  EPA 연합뉴스
스리랑카 곳곳에서 21일 연쇄 폭발이 발생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폭발이 일어난 동부 해안의 바티칼로아의 기독교 교회에 지역 경찰이 모여 있다. 2019.4.21
EPA 연합뉴스
한 국립병원 관계자는 해당 병원에만 47명의 사망자가 실려 왔고, 이중 9명이 외국인이었다고 말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사망자가 35명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스리랑카 주재 한국대사관은 지금까지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폭발사고 발생 후 한인교회, 한인회, 한국국제협력단(KOICA), 현지 기업 주재원 등에게 차례로 연락해 확인한 결과 교민은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병원 내에선 연락이 닿지 않는 가족을 찾는다며 경찰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확인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경찰청장, 열흘 전 자살폭탄테러 경고”

루완 구나세케라 경찰청 대변인은 “폭발이 일어난 교회에선 부활절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성당과 교회 중 두 곳에선 자살폭탄 공격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폭발로 건물 주변 지역 전체가 흔들렸다”면서 “많은 부상자가 구급차에 실려 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폭발 원인과 사용된 물질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배후를 자처한 단체도 아직은 없는 실정이다.

다만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열흘 전 자살 폭탄 테러 가능성을 경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푸쥐트 자야순다라 스리랑카 경찰청장이 이달 11일 간부들에게 보안 경보문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경보문은 “NTJ(내셔널 타우힛 자맛)이 콜롬보의 인도 고등판무관 사무실과 함께 주요 교회를 겨냥한 자살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외국 정보기관이 알려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NTJ는 불상 등을 훼손하는 사건으로 지난해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스리랑카의 무슬림 과격 단체다.

스리랑카 대통령인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는 폭발 사건이 발생한 뒤 연설을 통해 이번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당황하지 말고 진정을 되찾을 것을 호소했다.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트위터에 “우리 국민을 향한 비열한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망갈라 사마라위라 재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살인과 아수라장, 무정부 상태를 초래하기 위해 잘 조직된 시도”로 보이는 이번 공격으로 “많은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하르샤 데 실바 경제개혁·공공분배 장관은 “수 분 만에 비상회의가 소집됐고,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라면서 폭발이 일어난 호텔 두 곳에 직접 가 본 결과 “온통 신체 부위가 흩뿌려져 있었다. 외국인을 포함한 사상자가 다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리랑카, 종교·민족 갈등 심각…부활절 노렸다는 분석도

스리랑카는 인구의 74.9%를 차지한 싱할라족과 타밀족(11.2%), 스리랑카 무어인(9.3%) 등이 섞여 사는 다민족 국가다.

주민 대다수(70.2%)는 불교를 믿으며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각 12.6%와 9.7%다.

민족·종교 갈등이 심각했던 스리랑카에선 지난 2009년 내전이 26년만에 종식됐을 때까지 1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스리랑카의 가톨릭 신자는 인구의 6% 남짓에 불과하지만 싱할라족과 타밀족이 섞여 있어 민족갈등을 중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까닭에 현지에선 민족 갈등보다는 종교적 이유로 발생한 테러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발생 시점이 가톨릭 기념일인 부활절 예배 시간에 맞춰진 것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스리랑카는 여타 종교의 기독교를 향한 박해와 탄압이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종교 갈등은 포르투갈-네덜란드-영국으로 이어진 식민지 시절 기독교도가 다른 종교에 대해 벌인 탄압과 폭력에서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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