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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족 동의만으로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불법”…응급이송업체 직원 유죄

법원 “가족 동의만으로 정신병원 강제입원은 불법”…응급이송업체 직원 유죄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9-04-18 17:05
업데이트 2019-04-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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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응급환자 이송서비스 업체 직원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단 없이 가족들의 요청만으로 피해자를 집에서 강제로 끌어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면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차문호)는 18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 위반(공동주거침입 및 공동감금)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박모(40)씨와 이모(29)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박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이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다.

응급환자 이송서비스 업체 직원인 두 사람은 2017년 9월 A씨의 오빠인 B씨에게 연락을 받고 A씨의 집에 들어가 A씨를 강제로 끌어낸 뒤 구급차에 태워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 부부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일하다 그해 9월 11일 해고당했고 다음날 바로 퇴직금을 주지 않자 회사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우고 이를 말리던 B씨의 아내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평소 A씨가 화를 참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우울증으로 외래 치료를 받았던 점을 이용해 어머니의 동의를 받아 A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다.

B씨에게 정신병원 강제이송 의뢰를 받은 박씨는 다음날인 9월 13일 B씨 부부와 함께 A씨 집에 찾아갔고, 강제로 A씨를 끌고 나와 구급차에 태웠다.

처음 도착한 경기 화성의 한 병원에서 보호의무자(가족) 중 1명만 동의했다는 이유로 입원을 거절하자 이어 인천의 한 병원에 A씨를 입원시켰고, 약 5시간 만에 A씨의 아들이 찾아오면서 A씨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A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B씨 부부는 물론 박씨와 이씨도 공동주거침입 및 공동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도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다.

정신건강법 43조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이 신청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만 정신질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입원시킬 수 있는데 전문의의 진단을 받지 않고 강제로 입원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박씨와 이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들은 “보호의무자로부터 정신질환자의 이송을 요청받게 되면 법이 정하는 대로 가족관계증명서와 관련자의 진술 등을 통해 보호의무자 2명의 요청이 있는지 확인한 다음 환자를 이송해 왔다”면서 “보호의무자의 요청에 의한 정신질환자 이송은 정신질환의 진단을 위한 경우도 있고 입원을 위한 경우도 있어 이송 과정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이 있었는지 따로 확인하지 않았던 게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이 이들의 항소이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응급환자 이송서비스의 일환으로 정당행위라거나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대면 진단이 없이는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 등에 입원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들이 일주일에 2~3회 정도 정신질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정신건강법상 보호의무자에 대한 입원 요건을 갖췄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를 강제로 이송해 잘못에 상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정신건강법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진단과 입원 과정에서 정신질환자를 이송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만 있으면 이송했던 불법적인 일부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행이 없어져야만 하는 위법한 것이지만 피고인들로서는 그런 관행이 잘못인지 잘 알지 못한 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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