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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빛 발견] 피동형②/이경우 어문부장

[말빛 발견] 피동형②/이경우 어문부장

이경우 기자
입력 2019-04-03 23:34
업데이트 2019-04-0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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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나는 생각한다’라고 말하면, 자신이 한 말에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나는 생각된다’라고 하면 왠지 책임감을 다소 더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책임감을 덜고 싶을 때 이렇게 표현한다. 자신감이 없는 상황일 때도 이런 식으로 말한다. 피동형 문장을 선택하는 것이다.

‘되다’라고 하면 다른 상황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의미를 곁들인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전달한다. 자신의 의지와 능력과 책임을 나타내고 싶을 때는 ‘물건이 다 팔렸다’고 하지 않는다. 일부러 겸손한 표현을 하지 않는 한 ‘나는 물건을 다 팔았다’고 말한다. 능동형의 문장을 사용한다.

‘그들에 의해 벌어진 버닝썬 사태’도 피동형이다. 이렇게 표현하면 ‘그들’의 책임을 다소 덜어 준다. 이 표현은 어찌하다 보니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의미도 전한다. ‘그들이 벌인’이라고 하면 그런 의미가 들어 있지 않다. 피동형은 어떤 사실의 초점이나 진실을 흐릴 수 있다.

권력 있는 이들의 행동을 알릴 때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표현한다. 그렇게 표현하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듣거나 읽는 쪽에서도 여기에 익숙해져 있다.

wlee@seoul.co.kr
2019-04-0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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