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환경운동가 출신 카푸토바
불법폐기물과 투쟁으로 환경분야 노벨상정경유착 질린 국민들, 두자녀 엄마 선택
주사나 카푸토바.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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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결선투표 개표가 95% 이상 진행된 가운데 BBC 등은 진보정당 ‘진보적 슬로바키아’의 주사나 카푸토바(45)가 약 58%의 표를 얻어 승리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연립정부 여당인 사회민주당의 마로스 세프쇼비치 후보는 42%를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카푸토바는 슬로바키아 제5대 대통령이자 첫 여성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그는 지난 14년간 수도 브라티슬라바 인근의 고향 마을 페지노크에서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와 싸운 환경운동가다. 긴 법정 투쟁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매립 불허 판결을 받아내 2016년 환경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골드만 환경상’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진보적 슬로바키아 당 부대표를 역임한 것 외에는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 카푸토바는 두 자녀를 둔 이혼녀이며 동성애를 옹호하고 낙태 금지에도 반대한다.
슬로바키아가 카푸토바를 선택한 것은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분노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2월 슬로바키아 정치인들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의 유착 관계를 파헤치던 잔 쿠치악 기자가 피살당한 이후 정경유착 척결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집회가 계속됐다. BBC는 “카푸토바 당선인은 이번 선거를 선과 악의 대결 구도로 끌고 갔다”고 승리 이유를 분석했다.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리라 실권은 총리에게 있다. 하지만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내각 구성 승인권, 헌법재판관 임명권 등을 가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카푸토바 당선인의 승리를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폴란드, 헝가리, 독일, 이탈리아 등의 포퓰리즘과 다르고 우익, 민족주의와 거리가 멀다”면서 “무엇보다 부패에 반대하고 외부의 위협보다는 내부의 위협에 저항해 단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9-04-01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