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정부, 바레인이 김현희 이송 늦추자 “커다란 충격”… 美 개입 의심

정부, 바레인이 김현희 이송 늦추자 “커다란 충격”… 美 개입 의심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9-03-31 22:28
업데이트 2019-04-01 00:1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KAL기 사건’ 대선 이용한 전두환 정권

정부 “연기는 우리측에 많은 문제 제기
美에 소상한 정보 안 주는 것이 좋을 것”
사우디 정부 등 통해 영향력 행사 요청
바레인 결국 대선 전날 한국 도착 승인
金 이송 총력 불구 유가족 지원엔 소홀
이미지 확대
김현희 서울 압송
김현희 서울 압송 외교부는 31일 1987~1988년에 작성된 외교문서 1620권(25만여쪽)을 원문해제와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사진은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현희(가운데)가 김포공항에서 압송되는 모습.
서울신문 DB
이미지 확대
외교부는 31일 1987~1988년에 작성된 외교문서 1620권(25만여쪽)을 원문해제와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직원이 공개된 외교문서를 열람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외교부는 31일 1987~1988년에 작성된 외교문서 1620권(25만여쪽)을 원문해제와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직원이 공개된 외교문서를 열람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전두환 정권은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 범인인 김현희(마유미)를 1987년 12월 16일 대선 전에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탑승객 유가족 지원에는 소홀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31일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를 보면 바레인으로부터 대선 전에 김현희를 인도받는 과정도 당초 계획이 연기되는 등 막판까지 순탄치 않았다. 바레인은 김현희를 현지시간 12월 13일 오후 8시 이송한다고 우리 측에 통보했다. 한국시간으로 대선 이틀 전인 14일 오후 2시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출발을 5시간 앞둔 13일 오후 3시 바레인 내무장관은 바레인에 특사로 파견된 박수길 차관보에게 전화해 ‘이유는 밝힐 수 없다’며 이송을 24시간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박 차관보는 “인수를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한 시점에서 계획 변경은 커다란 충격”이라며 “연기는 우리 측에 너무나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국내 사정으로 말미암아 마유미를 언제나 인수할 수 있는 입장은 반드시 아니다”라고 압박했다.

정부는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에게 사우디 정부에 연락해 바레인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하고 바레인 고위직과 친분이 있는 한일개발 조중식 사장과도 접촉하라고 지시한다. 결국 바레인은 하루 뒤에 김현희 이송을 승인했고 그는 대선 전날인 15일 한국에 도착했다.

아울러 박 차관보는 1987년 12월 10일 외무장관에게 보낸 전문에서 “주한 미국대사관의 의견에 따라 마유미의 인도가 선거 이후가 되도록 미국이 바레인 측에 작용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김현희 인도 지연에 미국이 개입했음을 의심했다. 이어 “마유미의 인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측에 너무 소상한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했다. 동맹국인 미국을 패싱하고서라도 대선 전에 김현희를 국내로 데려와야 한다는 정권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두환 정권은 KAL기 탑승객 유가족의 현장 방문 계획에 대해선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KAL기 조사단장이었던 주태국대사는 1987년 12월 6일 외무장관에게 보낸 전문에서 “KAL기 사고자 가족 300여명이 9일 태국으로부터 브리핑을 청취받고 현장을 시찰하고자 한다는데 확인 바란다”고 했다. 주태국대사는 “현 단계에서 가족 일행 방문은 수색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태국 정부에 불필요한 부담 또는 자극을 줄 우려가 크고, 사고 지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단계에서 가족의 방문은 보류해줄 것을 건의한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9-04-01 6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