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 대선 직전 김현희 국내 송환 시도했다

입력 : ㅣ 수정 : 2019-04-01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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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경과 외교문서 통해 공식 확인
“늦어도 12월 15일까지 도착 추진” 언급
KAL기 사건 정치적 이용 의도 드러나


전두환 정권이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을 그해 12월 16일 대통령선거에 이용하고자 범인 김현희를 대선 전에 국내로 데려오려고 했던 정황이 당시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외교부는 31일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 1620권(25만여쪽)을 원문 해제해 일반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는 1988년과 그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KAL기 폭파 사건과 88서울올림픽 관련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KAL기 폭파 사건 발생 후 김현희가 붙잡혀 있던 바레인에 특사로 파견된 박수길 외교부 차관보는 1987년 12월 10일 전문에 “마유미(김현희)가 늦더라도 15일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비행기의 내왕시간을 고려하는 경우 12일까지는 인도 통고를 주재국(바레인)으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했다. 대선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선 하루 전인 15일을 김현희 국내 도착 시점의 데드라인으로 잡은 것으로 미뤄 선거에 활용하려 한 정권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바레인 정부가 전두환 정권이 김현희의 인도를 대선에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품었던 정황도 드러났다.

박 차관보는 12월 10일 “모하메드 빈 칼리팔 칼리파 내무장관은 ‘한국이 대통령선거로 인하여 극히 바쁜 중에 바레인을 방문하였으므로 조속 귀국해야 할 것으로 이해한다’ 운운하면서 선거를 의식한 발언을 한 바 있다”고 전했다.

전두환 정부가 KAL기 폭파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정황은 2006년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밝혀낸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북괴음모 폭로공작’(무지개공작) 계획 문건 등으로 드러났지만, 이번에 외교문서를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9-04-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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