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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묵힌 ILO협약… 비준 땐 해고 노동자 노조 활동 보장

28년 묵힌 ILO협약… 비준 땐 해고 노동자 노조 활동 보장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9-03-28 23:28
업데이트 2019-03-29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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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갈등 핵심 ‘국제노동기구 협약’

노동계 “조건 없이 신속하게 비준해야”
경영계 “노사 간 힘의 불균형 심화 우려”
경노사위, 새달 초까지 논의 연장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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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놓고 노사정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조건 없는 비준을 주장하는 노동계와 비준 반대 입장인 경영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올해까지 협약을 비준하겠다던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28일 긴급공동행동을 구성하면서 “조건 없이 신속하게 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총, 대한상의 등 경제 4단체는 “협약이 비준되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날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노사정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다음달 초까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ILO 핵심협약은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함께 지난해부터 노사 관계의 최대 현안이었다. 한국 정부는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협약 비준을 뒤로 미뤘다. 아직 비준하지 않은 협약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가입해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정치적 견해나 파업 참가 등을 이유로 한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협약 내용은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큰 차이가 없다.

유럽연합(EU) 등은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할 때, 2006년과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출마할 때 등 고비마다 수차례 비준을 권고했으나, 우리 정부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공무원이나 해직자 단결권, 의무 군복무 등 노조법·공무원노조법·병역법 등이 협약 내용과 충돌한다는 이유에서다.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협약이 비준되면 특수고용노동자 등 약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 “28년간 미뤄오면서 노동인권 후진국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올해까지 협약 비준을 약속했다. 그러나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비준하겠다는 식의 ‘빅딜’ 가능성이 나오며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경영계는 “협약을 비준하면 노조 권한이 강화된다”며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처벌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파업을 해도 사업장을 점거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대체 근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익위원들은 경영계의 요구가 국제노동기준과 헌법상 노동3권 취지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의견을 냈다.

노사정 합의 없는 공익위원 권고안이 국회로 넘어가면 협약 비준을 위한 관련 법 개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 박수근 위원장은 “비준에 필요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위한 노사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다음달 초까지 합의가 이뤄지도록 촉구하고 기다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19-03-2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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