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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한계…인터넷 공개정보로 10시간이면 찾아낸다

‘익명’의 한계…인터넷 공개정보로 10시간이면 찾아낸다

강경민 기자
입력 2019-03-25 15:07
업데이트 2019-03-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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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위치정보 등 종합, 6개월간 행적도 ‘확인 가능’

인터넷에는 방대한 정보가 넘친다. 이름이나 얼굴정보 등의 개인정보는 법률로 보호되지만 스마트폰의 위치 등 익명화된 상태로는 누구나 손쉽게 입수할 수 있는 정보도 많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이들 정보를 종합하면 완전히 익명인 상태에서 시작해 불과 10시간이면 해당 개인을 콕짚어 찾아내는 것은 물론 6개월 동안의 행적까지 소상하게 파악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이 회사 기자(29)는 최근 인터넷에서 합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해 익명의 개인을 찾아내는 실험을 했다.

찾아낼 개인을 선정하기 위해 데이터 거래사업을 하는 에브리센스재팬의 스마트폰용 앱인 ‘에브리포스트’를 이용했다.

이용자가 자신의 위치정보 등을 기업이나 연구기관에 판매해 새로운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 유저의 이동경력을 m단위로 녹색 점과 선으로 지도에 표시해 전용 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현재는 비공개)

기자는 사이트상에 특정 인물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점에 주목했다.

국내외를 활발하게 이동해 비교적 특정하기 쉬울 것 같았다. 우선 자주 체재하는 장소로 보아 대학 관계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해외에서 방문한 곳과 시기를 파악하고 ‘9월 하와이 국제학회’등으로 검색을 거듭한 결과 방문지가 모두 무선통신규격 등을 전문으로 하는 국제학회가 열린 곳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통사항에 부합하는 인물로 남자 1명의 이름이 떠올랐다.

10여 시간 후 해당 인물이 자주 가는 장소중 한 곳의 도로변 풍경 등을 살펴볼 수 있는 구글의 ‘스트리트뷰’로 검색하자 벽 색깔이 흰색인 한 단독주택이 나타났다. 화면을 확대하자 문패가 검색한 이름과 일치했다.

1주일 후인 3월 중순 기자는 아직 추위가 남아있는 홋카이도(北海道)에 있는 무로란(室蘭)공업대학의 기타무라 쇼이치(北?祥一. 51) 교수 연구실을 방문, 그가 인터넷에서 검색한 ‘녹색 점’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자가 인터넷에서 검색해 파악한 6개월 간의 이동경로도 일치했다. 작년 9월 미국 하와이주에서 열린 국제학회 참석 중 숙박한 지역과 휴식을 취한 슈퍼, 10월 효고(兵庫)현에 있는 고향집으로 귀성하고 고베(神戶)공항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홋카이도 지토세(千歲)공항으로 돌아온 일, 무로란 시 교외의 카페에 잠시 들른 일, 올해 1월 미국 미주리주 센트루이스에서 무선통신규격을 논의하는 학회에 출석한 일 등 인터넷에서 파악한 행적을 확인하자 기타무라 교수는 “ 프로파일링에 성공하셨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링은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개인의 직업과 취미, 행동 패턴 등을 추정하는 일을 가리킨다. 흥미를 가질만한 사람으로 대상을 축소해 배포하는 ‘타겟팅 광고’ 등에 자주 이용되는 기술이다.

인터넷 광고업자는 “광고배포는 개인이 누구인지까지 알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개인을 특정하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실험에서 보듯 그러려고 마음만 먹으면 본인의 이름과 자세한 행동까지 충분히 밝혀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익명의 위치 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인 이름과 주소, 얼굴정보 등의 정보취급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개인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는 기업이 어느 틈엔가 본인을 특정하고 행동이 환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파악된 이름과 주소, 행동 데이터는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확산해 사기나 스토커 등 범죄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

익명의 위치정보를 공개했던 에브리센스 담당자는 “위치데이터 공개에 대해서는 이용자의 사전동의를 받고 있다”면서도 “동의를 받을 때 더 정중하게 설명하는 등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3월20일 밤 전용 사이트에서 유저의 위치데이터 공개를 중단했다고 니혼게이자이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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