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격테러 사망자 50명으로
테러범, 게임하듯 전세계로 SNS 생중계범행 직전 총리 등 30여명에 선언문 보내
A등급 총기면허 소지자… 5점 모두 합법
경찰 늑장대응에 일부 시민 맨몸 저지도
부상자 50명 중 일부 위독… 사망자 늘 듯
‘무슬림 이민’ 비판 호주 의원 날계란 봉변
뉴질랜드 총기 학살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17일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스지드 알 누르 이슬람 사원 인근 크라이스트처치 식물원 앞에 헌화하고 있다. 스스로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밝힌 브렌턴 태런트가 지난 15일 이 사원에서 총을 난사해 이날까지 최소 50명이 죽고 50명이 다쳤다.
크라이스트처치 AP 연합뉴스
크라이스트처치 AP 연합뉴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경찰은 17일 첫 번째 테러 현장인 크라이스트처치 마스지드 알 누르 이슬람 사원에서 시신 1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전날까지 사망자는 49명이었다. 현재 부상자 50명 중에 위중한 환자가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태런트는 지난 15일 뉴질랜드 남섬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2곳에서 총기 테러를 자행했다. 증언에 따르면 그는 생존자를 남기지 않으려는 듯 시신을 향해 연거푸 방아쇠를 당기기도 했다. 태런트는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듯 자신의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하고 범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페이스북에 공유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범행 당일 17분 분량의 이 영상을 일제히 삭제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17일 기자 회견에서 “나는 범행 9분 전 테러범으로부터 메일로 선언문을 받은 30여명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메일을 받은 지 2분도 되지 않아 이를 보안당국에 전달했으나, 선언문에 범행 장소 등의 상세한 내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총기 학살범 브렌턴 태런트가 지난 15일 크라이스트처치의 마스지드 알 누르 이슬람 사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브렌턴 태런트 페이스북 캡처 AP 연합뉴스
브렌턴 태런트 페이스북 캡처 AP 연합뉴스
태런트가 사용한 반자동 소총, 산탄총 등 총기 5정은 모두 합법적 총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던 총리는 “그가 A등급의 총기면허를 소지한 것으로 파악됐고 합법적으로 총을 구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이 바로 우리의 총기 법이 바뀌어야 할 때”라며 규제 강화를 예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테러 사건 첫 신고 후 테러범 체포까지 36분이나 걸린 점을 꼬집어 “현지에서 경찰의 늑장 대응, 부실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오지 않는 경찰 대신 스스로 테러범에 맞섰다.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라임 나시드는 첫 번째 범행 장소인 마스지드 알 누르 이슬람 사원에서 범행 초반 태런트에게 달려들어 총을 빼앗으려 몸싸움을 벌이다 목숨을 잃었다. 린우드 이슬람 사원에서는 시민 압둘 아지즈가 신용카드 단말기, 태런트가 떨어뜨린 빈 소총을 태런트에게 집어던져 범행을 지연시켰다.
경찰에 체포된 태런트는 16일 크라이스트처치 지방법원에 출석해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손가락 표시를 하기도 했다. 한편 프레이저 애닝 호주 연방 상원의원은 자국 멜버른 인근에서 열린 극우 집회에 참석해 “뉴질랜드 테러의 진짜 원인은 무슬림 극단주의자를 수용한 이민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가 십대 소년에게 날계란을 맞았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9-03-18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