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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개혁 계기… 국기원, 교황청 같은 곳 돼야”

“위기는 개혁 계기… 국기원, 교황청 같은 곳 돼야”

한재희 기자
입력 2019-03-06 00:52
업데이트 2019-03-0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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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원로 이상철 美태권도위원회장 “한국인으로만 이사 뽑으면 안 돼”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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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미국 태권도위원회(USTC) 회장이 5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왕년’의 자세를 취해 보이고 있다.
이상철 미국 태권도위원회(USTC) 회장이 5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왕년’의 자세를 취해 보이고 있다.
“국기원은 바티칸 교황청 같은 곳이 되어야 합니다.”

태권도계 원로인 이상철(71) 미국 태권도위원회(USTC) 회장은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기원이 지향해야 할 위상을 이렇게 제시했다. 그는 “예컨대 미국만 해도 태권도 인구가 800만명 이상인데 그중 95%는 무도로서 태권도에 심취해 있습니다. 겨루기 위주의 스포츠 태권도 인구는 5%에 불과하죠. 한국의 태권도는 기술의 전수자가 되려 하기보다는 스승이 되려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기원은 영문명이 ‘World Taekwondo Headquarters’(세계 태권도 본부)’이고, 세계 태권도의 본부임을 자임하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하며, “가톨릭이 교황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정착돼 있는 것처럼 국기원도 ‘세계 태권도의 어머니’ 역할을 하며 전 세계 태권도인들이 우러러보고, 가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것은 유한하고 정신은 무한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1971년 서울신문 주최 대통령기 쟁탈전 태권도대회에 해병대팀 주장으로 나서 대회 5연패를 이끌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때까지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감독을 10여년 동안 맡았다.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 무도로서의 태권도와 예절, 극기 정신 등을 전파하는 등 태권도 확산에 기여했으며 2007년에 USTC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48년 전인 1971년 서울신문사 주최 대통령기 쟁탈전 태권도대회에서 이 회장이 해병대팀 주장으로 대회 5연패를 이끌었다는 내용의 기사. 기사 속 대통령기를 전달받고 있는 인물이 이 회장이다.
48년 전인 1971년 서울신문사 주최 대통령기 쟁탈전 태권도대회에서 이 회장이 해병대팀 주장으로 대회 5연패를 이끌었다는 내용의 기사. 기사 속 대통령기를 전달받고 있는 인물이 이 회장이다.
2000~2004년에는 세계태권도연맹 부총재를 지내는 등 태권도계의 원로로 추앙받고 있다.

최근 지도관(태권도의 한 유파) 73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한국을 찾은 이 회장은 국기원으로 인해 발생한 불상사를 크게 우려했다. 국기원은 오현득 원장이 지난해 12월 업무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져 조직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결과에서는 국기원장의 권한 남용과 국고보조금 부당 지급 등의 각종 비위 행위가 확인됐다.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휩싸이자 국기원은 7일 정관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해 임원 선임을 포함한 정상화 방안에 대해 깊은 논의를 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국기원이 마치 썩은 곳처럼 여겨져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이라면서도 “창피하다고 좌절하면 안 된다. 재건해 나가야 한다. 이번 사태를 국기원을 개혁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고 후배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그는 그 방법으로 국기원을 ‘한국 정치’의 입김에서 떼어내 세계화, 민주화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국기원을 명실상부한 세계적 조직으로 만들려고 하면 한국인으로만 이사를 뽑으면 안 되고, 세계 각국 태권도인들에게 일정한 선거 권한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국기원이 한국 태권도인들끼리 자리 나눠먹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국기원 원장을 뽑는 절차를 세계인이 볼 때 세계적이고, 민주적이게 만들면 된다”는 설명이다.

글 사진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9-03-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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