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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히잡 팔면 되겠니” 위협에 데카슬론 판매 유보하기로

“러닝 히잡 팔면 되겠니” 위협에 데카슬론 판매 유보하기로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2-27 11:01
업데이트 2019-02-2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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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소매체인 데카슬론이 모로코에서 만든 러닝 히잡 광고.  데카슬론 홈페이지 캡처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 소매체인 데카슬론이 모로코에서 만든 러닝 히잡 광고.
데카슬론 홈페이지 캡처
자유 평등 박애의 나라인 프랑스에서마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용품 소매체인인 데카슬론이 무슬림 여성 달림이들을 위한 ‘러닝 히잡’ 판매 계획을 유보했다.

회사는 “연이은 공격”과 “전례 없는 협박”을 받아 부득이하게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부 정치인들은 러닝 히잡이 이 나라의 세속주의 가치관과 충돌한다고 주장했으며 일부 의원들은 이 브랜드의 보이콧까지 주장했다.

하비에르 리보이레 데카슬론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RTL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이 순간 프랑스에서 이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 히잡 판매 계획을 AFP통신에 밝히면서는 자신들의 결정이 “세계 모든 여성들이 스포츠에 접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머리만 덮고 얼굴은 가리지 않는 가볍고 소박한 두건(헤드스카프)인 히잡은 다음달부터 49개국에서 판매에 들어가며 이미 모로코에서는 시판에 들어갔다.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2017년부터 프랑스에서 스포츠 히잡을 마케팅하고 있어서 새삼스러울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프랑스인들은 자국 기업인 데카슬론이 러너 히잡을 판매하는 데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데카슬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주문은 500건 정도 들어왔지만 점포 직원들이 욕설을 듣거나 심지어 물리적 위협을 받는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아그네스 부진 보건부 장관조차 RTL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에서 시판이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이 여성들의 전망을 공유하지 못하겠다. 차라리 이런 헤드스카프를 프랑스 브랜드로 제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공화국 전진(REM) 당’의 아우로레 베르게(여성) 대변인도 트위터에 “여성이자 시민으로서의 내 선택은 우리의 가치관과 유리된 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거두는 것”이라고 밝혔다.

데카슬론은 이 트윗에 대해 “우리 목표는 단순하다. 때때로 어울리지 않는 히잡을 쓰고 달려야 하는 여성들에게 맞춤한 스포츠 용품을 제공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우리의 야망을 넘어서는 폭력적인 반응들이 사라져 평온을 되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엄격한 세속주의를 택해 종교와 교육을 분리하는데 학생이나 공공부문 노동자가 베일과 같은 종교 상징을 밖으로 드러내면 중립성을 해친다고 보고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무슬림의 헤드스카프 역시 공공장소에서는 허용되지만 2004년부터 공립학교와 일부 공공건물들에서는 착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

2016년에 프랑스의 여러 지역들에서는 무슬림의 전신 수영복인 부르키니(부르카+비키니)를 해변에서 입지 못하도록 했다가 대볍원에서 불법이란 판결을 받았다. 이미 2010년에 얼굴 전체를 가리는 부르카를 금지했을 때부터 인권단체들은 자유와 평등, 박애를 존중했던 이 나라가 이슬람무섬증에 젖어 있으며 무슬림 여성들을 자극한다고 비난해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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