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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주민이 경찰의 주인이다/김승훈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주민이 경찰의 주인이다/김승훈 사회2부 차장

김승훈 기자
입력 2019-02-21 17:32
업데이트 2019-02-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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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훈 사회2부 차장
김승훈 사회2부 차장
자치경찰제가 올해 시행된다. 주민 위에 군림하는 ‘칼 든 순사’에 종지부를 찍고, 주민이 경찰의 주인이 되는 시대를 맞게 됐다.

지난 14일 정부·여당은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이원화하는 자치경찰제 시행안을 발표했다. 올해 서울·세종·제주 등 5개 시도에서 시범 실시하고, 2021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자치경찰관은 전체 경찰관의 36%에 해당하는 4만 3000여명이고, 단계적으로 시도지사 관할의 자치경찰관으로 신분이 바뀐다.

자치경찰제는 주민이 선거를 통해 구성한 지방정부에 경찰권을 행사하고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나 권한을 부여하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지방정부에 경찰 조직이 신설되고, 지방정부가 주민 안전을 담당한다. 시행안에 따르면 자치경찰은 여성·아동·청소년·장애인 보호와 교통법규 위반 단속, 지역 경비 활동 등을 맡는다.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교통사고 조사 등 일부 사건에 대한 수사권도 갖는다. 어린이·여성·노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가 자치경찰의 핵심 역할이다. 이는 지방정부의 존재 이유와 맥을 같이한다. 지방정부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행정을 펼쳐야 지속발전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자치경찰제 성공은 지방정부가 주민 신뢰를 얻느냐, 못 얻느냐에 달렸다. 신뢰는 민주성과 효율성, 두 측면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얻을 수 있다.

민주성은 ‘열린 정부’로 대변된다. 지방정부는 주민들이 언제든 감시·통제할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한다. 효율성은 쉽게 말해 업무 능력이다. 국가경찰 때보다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것으로, 주민 의견에 귀 기울여 주민들이 최우선적으로 요구하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현재 지방정부는 열린 정부를 지향하고, 주민 치안 핵심인 어린이·여성·노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생활밀착형 정책들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여성·청소년을 위한 ‘안심 귀가 앱’, 초등학교 통학로 안전을 책임지는 ‘빅데이터 활용 위치 기반 스마트 지도’, 전담 주치의가 75세 이상 노인 가정을 직접 찾아 건강관리를 하는 ‘효사랑 주치의’ 등 어린이·여성·노인을 위한 정책들을 전국 최초로 도입해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성동구 사례에서 보듯 서울은 민주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자치경찰제 성공 기반을 다졌다고 할 수 있다.

중앙정부 역할도 작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경찰제 공약을 내건 만큼 성공 여부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 중앙정부는 제주자치경찰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제주자치경찰은 2006년 10월 시범 운영을 거쳐 2007년 정식 시행됐다. 하지만 협소한 기능과 사무 부여, 인력 규모 축소, 재정지원 약속 불이행 등으로 자치경찰제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중앙정부는 이런 실패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정, 인력 등을 전향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방정부 목소리도 귀담아듣고, 미비점을 수정·보완해 진정한 의미의 자치경찰제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찰은 통치자가 만든 게 아니다. 주민들이 필요해서 만든 조직이다. 주민은 과거처럼 경찰의 단속 대상이 아니라 경찰을 감시·통제하는 자치경찰의 주인이다. 일각에선 자치경찰제 관련 시도지사와 경찰의 유착, 경찰과 지역 유지 결탁 등 비리 우려를 제기한다. 주민들이 자치경찰의 주체이자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이 같은 유착 비리를 막고, 자치경찰제 시행 본연의 이유인 안전한 지역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자치경찰제 도입 근본 취지 중 하나는 국가경찰 권한 분산이다. 국가경찰의 조직 보전 논리에 휩쓸리지 말고, 자치경찰제 취지가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정착 과정을 상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hunnam@seoul.co.kr
2019-02-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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