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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제천 판박이’ 화마…이 손자국의 외침 잊었나요

대구서 ‘제천 판박이’ 화마…이 손자국의 외침 잊었나요

한찬규 기자
입력 2019-02-19 22:22
업데이트 2019-02-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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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만에 진화됐지만…포정동 사우나 화재 2명 사망·81명 중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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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대구 중구 포정동 7층짜리 건물 4층 남자 사우나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과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불로 2명이 사망하고 8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구 연합뉴스
19일 오전 대구 중구 포정동 7층짜리 건물 4층 남자 사우나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과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불로 2명이 사망하고 8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구 연합뉴스
이른 아침에 목욕을 하러 간 시민과 건물에 입주한 107가구 주민들이 사우나 화재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발화한 공간엔 스프링클러도 갖춰져 있지 않아 여전한 안전불감증을 재확인했다.

19일 오전 7시 11분쯤 대구시 중구 포정동 한 건물 4층 남자 사우나에서 일어난 불로 이모(64·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씨와 박모(74·대구 중구 서성로)씨 등 2명이 숨지고 8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들은 남탕에 쓰러져 있다가 화재 진압을 마치고 현장을 수색하던 소방관들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허사였다. 부상자 가운데 김모(71)씨 등 3명은 온몸에 화상을 입거나 대퇴부가 골절되는 등 중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들은 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 파니마병원, 곽병원 등지로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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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처음 공개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의 목욕탕 창문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자국으로 희생자들이 뽑아낸 샤워기 헤드와 손으로 두드려 생겼다. 2017년 12월 21일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당시 화재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MBC 화면 캡처
지난 11일 처음 공개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의 목욕탕 창문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자국으로 희생자들이 뽑아낸 샤워기 헤드와 손으로 두드려 생겼다. 2017년 12월 21일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친 당시 화재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MBC 화면 캡처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50여대를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여 20분 만에 불을 껐다. 화재 당시 4층 목욕탕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남녀 20여명이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딸린 아파트 거주자로 연기를 들이마시고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목욕탕 밖 복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연기가 탕 내부로 스며들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손님들은 대부분 얼굴에 수건 등을 감고 건물 밖이나 옥상으로 급하게 대피했으나 남자 이용객 2명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졌다.

해당 건물은 7층 규모로 1977년 건축허가를 받은 뒤 1980년 7월 준공됐다. 연면적 2만 5090㎡로 1∼2층엔 식당 등 상가, 3~4층엔 목욕탕과 찜질방이 들어서 있고 5층 이상 아파트엔 107가구가 살고 있다. 건물대장에는 백화점 아파트 근린생활 시설(주상복합아파트)로 등록돼 있다. 출입 통로가 비좁은 것은 물론 전기 설비도 낡아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줄곧 받았다. 스프링클러가 3층까지만 있고 4층부터는 갖춰져 있지 않았다.

더구나 건물에는 소방 경보장치가 설치돼 있지만 화재 당시 일부 주민들은 비상벨 소리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대피방송도, 비상 알람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창밖으로 연기와 불길을 보고 불이 난 줄 알고 옥상 등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 5층에 사는 우모(50)씨는 “아침 7시 조금 지나서 매캐한 냄새가 나 뭐가 타나 싶어서 집안을 둘러보는데 화재를 알리는 소방 비상벨이 울려 신발부터 신고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화재보험에도 들지 않아 앞으로 피해 보상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경찰은 “4층 사우나 남탕 입구 구두 닦는 곳 근처에서 불길이 시작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사우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사망자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이날 오후 2시부터 현장 감식을 벌였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2019-02-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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