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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日아베, 트럼프 노벨상 추천을 둘러싼 ‘3대 쟁점’

“도대체 왜”…日아베, 트럼프 노벨상 추천을 둘러싼 ‘3대 쟁점’

김태균 기자
입력 2019-02-19 15:05
업데이트 2019-02-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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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한 것을 놓고 일본 내에서 논란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논점은 크게 3가지다. 아베 총리 스스로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과 미국에 대한 추종이 도를 넘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더해 아베 총리 스스로 트럼프 대통령 추천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 총리실 제공·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일본 총리실 제공·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지난 18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노벨상 추천과 관련해 야당의 집중 추궁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진행했으며, 당시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직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노벨위원회는 후보자와 추천자를 50년 동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의거해 (추천 여부에 대한) 코멘트를 삼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냐”고 재차 따져묻자 아베 총리는 결국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사실상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국익을 해쳤다”(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나가츠마 아키라 대표대행)는 등 야당으로부터 거센 비난이 나온 가운데 집권 자민당 내에서도 “국제적으로 일본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고려하지 않는가”, “트럼프 대통령의 필요에 따라 아베 총리가 이용당하고 있다” 등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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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아베 정권은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하고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된 이후에도 그 성과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해왔다. “북한의 위협은 변하지 않았다”며 육상배치형 미사일 요격시스템 ‘이지스 어쇼어’와 최신예 F35 전투기 105대 추가 도입 등을 추진했다. 그랬으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평화 정착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상 후보에 추천한 것은 그 자체로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위기감을 부추기며 자국내 군비 확충은 가속화하면서, 노벨상 추천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긴장이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아베 정권에 일관된 것은 트럼프의 환심을 사려는 자세다. 노벨평화상 추천 카드까지 꺼내들다니 놀랍다. 이것이 국제사회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라고 개탄했다. 도쿄신문은 “오래 전부터 미국을 추종하는 자세가 두드러졌던 만큼 (이번 노벨평화상 추천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느낌마저 든다”고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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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이행을 중단하고, 6개월 후 탈퇴한다고 밝혔다. 2019.02.02 AP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이행을 중단하고, 6개월 후 탈퇴한다고 밝혔다. 2019.02.02 A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를 내걸고 세계 곳곳에서 무역마찰을 일으키며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파리협정 등 국제합의 틀을 깨뜨리려는 움직임을 계속해 왔다. 이란과 맺은 핵합의 탈퇴와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 등도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의 적임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방증한다.

2017년 핵무기 확산 방지를 위해 힘쓰는 국제단체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ICAN)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을 때 아베 총리는 원폭 피해국가의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논란을 부른 바 있다. 그런 전력을 감안하면 이번 트럼프 대통령 추천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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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비정부기구(NGO) 연합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관계자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본부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뒤 로고가 담긴 현수막을 들어 보이며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니얼 혹스턴 조정역, 베아트리체 핀 사무총장, 핀 사무총장의 남편인 윌 핀 램지. 제네바 AFP 연합뉴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비정부기구(NGO) 연합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관계자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본부에서 수상 소식을 접한 뒤 로고가 담긴 현수막을 들어 보이며 자축하고 있다. 왼쪽부터 대니얼 혹스턴 조정역, 베아트리체 핀 사무총장, 핀 사무총장의 남편인 윌 핀 램지.
제네바 AFP 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노벨평화상 추천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데 대해서도 논리가 빈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노벨위원회가 50년간 추천자와 피추천자를 공표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사실관계 확인을 회피했지만, 추천자 스스로 추천 여부를 밝히는 것 자체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아사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일본을 대표해 경의를 담아 (나를) 추천했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랬다면 국민들 앞에 당당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 그것도 못하면서 마치 일본의 전체 총의(總意)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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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대·파리협정 지지”… 파리서 그린라이트
“트럼프 반대·파리협정 지지”… 파리서 그린라이트 1일(현지시간) 파리 시청 청사는 녹색 불을 환하게 밝혀 미국의 결정에 반발하고 파리협정 유지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고 있다.
파리 AFP 연합뉴스
한편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을 직접 요청한 사람은 다름아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라고 이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아베 총리가 지난해 8월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하는 과정에서 직접 의뢰를 받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게 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전화통화에서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사일이 일본의 상공을 날아가고 있느냐”고 아베 총리에게 자기 성과를 과시하며 노벨상 추천이 가능한 지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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