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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열의 메디컬 IT] ‘규제 샌드박스’와 헬스케어

[이상열의 메디컬 IT] ‘규제 샌드박스’와 헬스케어

입력 2019-02-18 17:38
업데이트 2019-02-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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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샌드박스’는 어린이의 모래 놀이통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로, 마치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로부터 자유롭지만 다소 제한된 환경을 제공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제도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기존 법률이나 제도 변화는 새로운 기술 발전보다 통상 느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을 위한 혁신가의 노력을 장려하면서도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 장치를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가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신청하면 일정 심사를 거쳐 시범 사업 혹은 임시 허가 등으로 규제를 미루거나 면제한다. 이후 시범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당 서비스의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관련 정보가 충분하지 않지만 통상 헬스케어 분야에선 지난해 싱가포르의 원격의료 서비스에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한 게 최초 사례로 꼽힌다. 싱가포르 보건부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현재 총 11개 원격진료 업체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적용 승인이 이뤄졌다. 이들은 향후 정식 의료 서비스 승인을 목표로 원격의료 시범 서비스를 수행한다. 시범 서비스 결과는 향후 다른 나라의 규정과 제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몇 건의 심의가 통과됐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소비자 직접 의료 유전자검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 서비스’, ‘스마트폰 앱 기반의 임상시험 참여자와 실시기관 연결 서비스’가 1차 승인 대상으로 선정됐다. 규제 완화를 위한 정부의 전향적 조처로 해석된다.

헬스케어 분야의 규제 샌드박스 도입 역시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빠른 대응이다. 사실 위에 열거한 서비스의 상당수는 해외에서 이미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일견 타당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택시업계의 갈등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새로운 서비스의 시장 진입에 대한 정부의 이해당사자 간 갈등 중재와 조율 노력이 미흡하다. 보건 의료 분야는 운송 사업의 복잡성을 넘어서는 고도로 분화된 전문 영역이며, 국민 건강과 안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파급력이 있다.

특히 이번에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승인된 서비스 일부에는 현행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요소가 포함돼 있다. 시범 사업 후 관련 서비스가 시장에 출시되면 사회적 갈등의 정도와 파급력이 훨씬 클 것이다. 하지만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아울러 규제 샌드박스처럼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단어를 좀더 쉽게 만들어 사용하면 좋겠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의견 수렴뿐 아니라 시범 사업에 대한 관심과 참여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19-02-1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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