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사칭한 ‘로맨스 스캠’ 범인 구속…남성에게서 5천만원 가로채

입력 : ㅣ 수정 : 2019-02-1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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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친분 쌓은 남성에 인터넷 여성 사진 보내
잡고 보니 ‘뜻밖’ 남성…실제로 만난 적 없이 교제
“친분 이용 금품 계속 요구시 범죄 가능성 의심”
모바일 채팅앱. 연합뉴스

▲ 모바일 채팅앱. 연합뉴스

“성남에 사는 여대생이예요. 나이는 20살. 나랑 사귈래요?”

직장인 A(22)씨는 지난해 10월 초, 휴대전화 랜덤 채팅 앱을 통해 이런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A씨가 솔깃해 답장을 보내자 여대생을 자처한 이는 자신의 사진과 소셜네트워크(SNS) 메신저 아이디를 보냈다. A씨가 미심쩍어 하자 이 여성은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촬영해 보내며 믿음을 샀다.

여성에 대한 믿음이 생긴 A씨는 거의 매일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실제로 단 한번도 만나보지 않았다.

이 여성은 ‘보고 싶다’거나 ‘사랑한다’며 여자친구처럼 행동하며 이들의 교제했다. 그러다 A씨는 지난해 10월 19일 여자친구로부터 “배가 고픈데 식비가 없다. 오빠가 돈 좀 빌려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별다른 의심 없이 이 여성이 알려준 계좌에 돈을 보냈다. 이후에도 여성은 “빚 갚을 돈이 없다” “휴대전화 요금을 미납해 연락 못 할 것 같다” 등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며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줬다. 모두 100여차례에 걸쳐 2900만원을 보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 금액도 100만원에 달한 것으로 뉴시스가 전했다.

지난해 12월 여자친구와 메신저 연락이 뚝 끊기자 의심이 든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지난 9일 경찰에 붙잡힌 A씨 여자친구는 광주에 거주하는 남성 구모(29)씨였다.

구씨는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휴대전화 채팅으로 알게 된 20∼30대 남성 6명에게 ‘20살 여대생인데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접근, 약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 떠도는 여성 사진을 채팅 상대에게 전송하며, 연애 감정을 유발하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수법을 사용했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다. SNS 이용자를 대상으로 친분을 쌓아 믿음을 갖게 한 뒤 결혼이나 연애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신종 금융사기다. 해외에선 군인을 대상으로 이런 범죄가 왕왕 발생한다.

구씨는 의심을 피하고자 피해자들과 음성 통화는 바쁜 시간대만 골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종 전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구씨는 이를 납부하지 않아 검찰에 수배된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구씨는 가로챈 돈을 인터넷 불법도박과 생활비 등으로 썼다.

경찰은 구씨에게 도박 혐의를 추가해 검찰로 넘길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뉴시스를 통해 “이성에 대한 관심이 크거나 외로움·박탈감을 느끼는 세대·계층을 노린 범죄로서 피해가 결혼 중매 앱·채팅 앱 등을 통해 주로 발생한다”며 “친분을 이용해 금품을 계속 요구할 경우 범죄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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