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생생 리포트]중국 부모는 자녀가 의대 가면 왜 반대하나

입력 : ㅣ 수정 : 2019-02-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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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의대생들이 바닥에 누워 쉬고 있다. 2019.2.8. 바이두

▲ 중국의 의대생들이 바닥에 누워 쉬고 있다. 2019.2.8.
바이두

한국에서는 의사가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지만 중국에서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환자들이 가하는 폭력 등의 문제로 젊은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많은 부모는 자녀가 의사가 되는 것을 말린다.

중국 의사들의 임금은 대도시 평균임금보다 낮아 수련의는 월평균 4850위안(약 80만원)을 받는다. 이는 중국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상하이 대학 졸업생의 월평균 급여인 6000위안보다도 낮은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중국 의사들은 주당 50시간 넘게 일하고 있으며 시간 외 수당은 받지 못한다. 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들의 의료진에 대한 폭력사고는 연평균 10만 건 이상 보고되고 있다.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의대를 졸업해도 의사가 되기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8일 중국 의료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의사 숫자는 늘었지만 2005~2016년 25~34세 사이의 젊은 의사 비중은 31%에서 23%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60세 이상 의사 비율은 2.5%에서 12%로 대폭 증가했다. 중국의 일반의 숫자는 인구 6666명당 1명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기준인 1500~2000명당 1명에 크게 못 미친다.

2006년 황신(33)은 의대를 졸업하고 상하이의 대형 병원 피부과에 취직했다. 하지만 8년간 병원에서 일한 황은 중국의 의료 시스템에 지쳐 버렸다. 황은 “병원이나 부모, 환자들은 나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처럼 매일 똑같은 환자들에게 똑같은 약을 처방하는 일에 질려버렸다”고 중국의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고백했다.

그가 처음 병원 피부과에서 일하기 시작할 때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기대는 없었지만 안정적인 수입이 평생 보장된다는 사실을 위안 삼았다. 게다가 중국에서도 의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형 병원에서 일하면 사회적 지위는 높은 편이다. 월 몇천위안에서 시작한 황의 월급은 승진해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하이의 물가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지만 월급은 그대로라는 사실에 황은 절망했다. 게다가 피부과 의사들은 대체로 젊은 편이기에 승진 기회도 적은 편이었다.

일주일에 6일간 일하면서 하루에 100명의 환자를 보고 퇴근 후와 주말에는 논문을 써야 하는 생활이 계속 이어졌다. 결국 황은 2014년 병원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사업을 열었다. 환자들의 의료 기록을 참조해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로, 의사로 일하던 때보다 훨씬 수입도 좋고 여유 시간도 늘었다. 황은 “솔직히 말해서 피부과 의사로 일하는 것보다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중국의 병원들은 젊은 졸업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의대 졸업생 6명 가운데 1명만 실제 의사가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의사 양성 과정은 5년간 의과대학, 3년간 수련의로 이뤄져 있으며 수련의 과정을 끝낸 뒤에는 박사 과정과 결합한 인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국 의사협회가 펴낸 백서에 따르면 78%의 중국 의사들은 자녀가 의사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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