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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맡은 비정규직 동료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또 죽는다”

상주 맡은 비정규직 동료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또 죽는다”

이근아 기자
입력 2019-02-07 22:26
업데이트 2019-02-0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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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씨 사고 58일 만에 장례

동료들 3명씩 3팀으로 번갈아 빈소 지켜
“사측 약속 제대로 지키는지 지켜볼 것”
빈소 방명록에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


이해찬·손학규 등 정치권 조문도 잇따라
9일까지 사흘간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져
마지막 날 태안火電·서울서 두 차례 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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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구지 못한 어머니의 눈물
떨구지 못한 어머니의 눈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설비 점검 중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7일 아들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어머니 얼굴 너머로 사망 열흘 전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만남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촉구하기 위해 찍은 아들의 인증샷이 보인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지금 바꾸지 않으면 또 죽는다. 용균이의 죽음이 마지막이 되게 해야 한다.”

사고 발생 58일 만인 7일 치러진 김용균씨의 장례 첫날에는 동료 노동자와 시민, 정치권의 추모가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명복을 빌면서 영정 속 앳된 모습으로 남은 용균씨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다짐을 함께 전했다.

용균씨와 함께 일하던 비정규직 동료들은 온종일 빈소를 지켰다. 3명씩 짝지어 세 팀이 번갈아가며 상주 역할을 맡는다. 이날 상주를 맡은 한창민(26)씨는 “용균이의 사고가 났을 때 마치 내 일처럼 마음이 아팠다”면서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설을 정비한다는 사측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를 맡은 동료 노동자들의 가족도 빈소를 찾았다. 한 상주의 조카라는 김모(38)씨는 “이모부와 같은 직장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남 일 같지가 않았다”면서 “애도의 뜻을 전하고 싶어 직접 찾아왔다”고 말했다.

용균씨의 직장 선배였던 이준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장은 “용균이와 두 달간 근무하면서 깊은 대화 한 번 나눠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무자들이 사고 없이 일할 날을 만들기 위해 애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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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빈소에 시민들의 추모글이 담긴 메모지들이 붙어 있다. 그 너머로 용균씨의 영정이 보인다. 용균씨가 숨을 거둔 지 약 두 달 만에 치르는 장례는 이날부터 사흘간 ‘민주사회장’으로 열린다. 발인은 9일 오전 4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빈소에 시민들의 추모글이 담긴 메모지들이 붙어 있다. 그 너머로 용균씨의 영정이 보인다. 용균씨가 숨을 거둔 지 약 두 달 만에 치르는 장례는 이날부터 사흘간 ‘민주사회장’으로 열린다. 발인은 9일 오전 4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빈소 앞 한쪽에는 추모객들의 추모 글귀가 적힌 국화꽃 모양의 방명록이 놓였다. 꽃잎에는 “더이상의 죽음을 막도록 함께하겠다.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차별 없는 곳에서 행복하길 바란다” 등 용균씨에 대한 추모의 마음이 적혔다. 이날 빈소를 찾은 황계성(51)씨는 “젊은 친구가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실이 세월호를 연상시켰다”면서 “기성세대로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른 저녁 빈소를 찾은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고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일부를 기부했다”면서 “할머니는 생전에 인권과 평화문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셨던 분인 만큼 이 청년의 가슴 아픈 죽음을 보셨다면 분명 마음을 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균씨의 수의를 지어줬다는 이애령(68) 예수수도회 수녀는 “용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안전한 사회가 될 때까지 함께 손잡고 나아가겠다”면서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조카뻘 되는 용균이를 위해 옷 한 벌 만들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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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2019. 2. 7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를 위로하고 있다. 2019. 2. 7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오후부터는 정치권의 조문도 이어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시작으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빈소를 찾아 유족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유족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변화할 수 있도록 당정의 협조를 부탁했다.

용균씨의 장례는 9일까지 3일간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마지막 날인 9일 오전 4시 발인 뒤 고인이 일하던 태안화력발전소와 서울에서 두 차례 노제가 열릴 예정이다. 영결식 진행 이후 용균씨는 9일 오후 5시 30분쯤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된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2019-02-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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