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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보다 진일보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김진모 서울대 교수(진로직업교육센터장)

[특별기고] 보다 진일보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김진모 서울대 교수(진로직업교육센터장)

입력 2019-01-27 20:36
업데이트 2019-01-2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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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모 서울대 교수(진로직업교육센터장)
김진모 서울대 교수(진로직업교육센터장)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보다 진학이 일반화된 사회다. 2017년 기준으로 고교 졸업자 약 58만명 중 68.9%인 40만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반면, 11%인 6만 5000명만이 취업을 선택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다수가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현상은 학벌중심 사회와 맞물려 입시과열 및 과잉학력 사회를 초래하고 있다. 청년 노동시장의 고학력화가 야기하는 중소기업 구인난과 대졸이상 실업률 상승이라는 일자리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지금이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현상에 대해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대학을 나오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과 학력 간 임금 격차, 먼저 취업한 후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회적 환경, 고졸 재직자의 처우 개선과 능력개발에 소극적인 기업 환경 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고졸 취업이 사회적으로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우수한 직업교육이 이뤄지더라도 양질의 기업이 채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고, 견실한 기업에 채용되더라도 고졸자가 기업에서 성장할 수 없다면 고졸 취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난 25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은 이러한 문제의식과 대책에 대한 고민이 엿보여 반갑고 더욱 기대가 된다.

기존에 고졸 취업을 확대하는 정부의 방법은 취업의 질이 보장된 공공 부문과 민간 기업에 고졸 채용을 할당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양적인 접근은 한시적이고, 정부의 관심이 없어지면 다시 사그라든다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이 담고 있는 ‘선취업 후학습 우수기업 인증제’는 기업의 자발적인 행동을 유도하는 바람직한 방향의 정책이다. 또한 재직자가 유급휴가훈련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업을 지원하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 정책적 제안이 기업 스스로 고졸자를 지원하는 문화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돕는 소중한 첫 번째 시도가 아닐까 한다.

고졸 취업 확대와 관련해 제시된 주요 과제들 중 가장 학생과 맞닿아 있는 직업계고의 변화도 눈에 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등과 연계한 직업계고 학과 개편이 추진되며, 신산업 분야의 교원 양성이 강화되어 직업계고 학생이 시대 흐름에 맞는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앙취업지원센터의 신설로 중앙-시·도-학교가 연계해 취업을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도 인상적이다.

또한 일반계고 학생 중 진학을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직업계고에서 위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을 신설하고, 학생이 원할 경우 위탁교육 수료 후 특성화고에 전입학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되는 것은 그 의미가 커 보인다. 이 학생들이 훈련이 아닌 교육을 받아야 할 청소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고졸 재직자가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결국 지속적인 능력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를 고려할 때, 이번 방안에 담긴 후학습자에 대한 장학금 지원과 고졸재직자가 어디서든 학습을 할 수 있도록 국립대, 4년제, 전문대 모두 재직자 친화적인 교육과정을 확대하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 취업 후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개인 발전에도, 그리고 기업 생산성 제고에도 긍정적이다.

고졸 취업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한 번에 개선되는 것은 무릇 다른 사회 현상의 변화가 그렇듯 어려운 일이다. 특히 교육의 변화와 함께 기업의 변화, 학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까지 필요한 고졸 취업의 활성화는 더욱 어렵다. 이번 종합대책이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고졸 재직자와 후학습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나아가 산업계와 사회의 인식이 전환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19-01-2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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