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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 서해 하늘서 인공강우 실험…미세먼지 저감 출발점 될까

모레 서해 하늘서 인공강우 실험…미세먼지 저감 출발점 될까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23 15:33
업데이트 2019-01-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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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저감’ 공식 성공 사례 없어 ‘이벤트’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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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기상항공기
기상청 기상항공기 오는 25일 인공강우 실험에 쓰일 기상청 기상항공기. 2019.1.23
기상청 제공
오는 25일 서해 하늘에서 1급 발암 물질인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대대적인 실험이 진행된다.

정부는 기술적 한계 등으로 인해 이번 실험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당장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좋은 출발점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5일 서해상에서 기상항공기를 이용해 만들어낸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저감할 수 있는지 분석하기 위한 합동 실험을 한다고 23일 밝혔다.

실험 지역은 경기 남서부 지역 및 인근 서해상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인공강우 물질을 살포한 뒤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를 관측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한다.

이번 합동 실험에는 항공기, 선박, 이동 관측 차량, 도시 대기 측정망 등 다양한 장비가 활용된다.

두 기관은 일단 기상장비를 활용해 기온, 습도, 바람 등의 기상 여건과 미세먼지 상황을 분석한 뒤 실험에 적합한 장소를 찾을 계획이다.

날씨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인천 옹진군에 속한 덕적도 부근에서 실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예보상 이 지역에 구름이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항공기는 시속 35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silver iodide) 연소탄 24발을 살포한다. 분당 40g 정도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은 구름과 강수 입자 변화를 관측하고, 천리안 기상위성과 기상레이더를 활용해 인공강우 생성 효과를 분석한다.

기상관측선이 해안 지역과 상공의 기상을 관측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은 해상과 내륙 등에서 인공강우 물질 살포 전부터 후까지 미세먼지 농도 변화를 연속적으로 관측한다.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중국과 태국에서도 인공강우를 활용해 미세먼지 저감을 시도한 바 있지만, 공식적인 성공 사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인공강우를 이용해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느냐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브리핑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 우리나라는 대체로 고기압 영향권에 있어 인공강우가 부적합하고, 기술적 한계로 미세먼지를 씻어낼 수 있는 정도의 비를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인공강우로 내리게 할 수 있는 비는 우리나라보다 관련 기술이 6.8년 앞선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시간당 0.1∼1.0㎜이다.

비의 양이 적으면 대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인 에어로졸 증가로 미세먼지 수치가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으로 인해 이번 실험이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인공강우 관련 공개 발언과 지시로 급조한 ‘이벤트’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제철 환경부 생활환경정책실장은 이번 실험을 인간의 달 탐험에 비유하면서 “당장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없을지 몰라도, 기술이 축적되면 언젠가는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종석 기상청장은 “인공강우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현재 기초연구 단계에 있는 인공강우 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의 결과 중 기상 분야는 실험 다음 날인 26일 발표하고, 좀 더 과학적인 분석 결과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인위적으로 강수 입자를 성장시킬 수 있는 구름 씨앗(물질)을 살포해 빗방울을 성장시키는 기술로, 구름 씨앗으로는 요오드화은이나 염화나트륨 등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1963년 드라이 아이스로 첫 인공강우 실험을 했다. 본격적인 실험은 2017년 말 기상항공기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본래 인공강우는 주로 강우량을 늘려 가뭄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구됐다.

올해 인공강우 실험은 약 15회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당초 가뭄 해소 방안 등 연구를 위해 계획된 실험으로, 총 15회 중 몇 차례나 미세먼지 연구와 병행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실험에 쓰이는 연소탄 24발에는 약 720만원(1발에 약 30만원)이 든다. 요오드화은은 인체 유해성이 없고, 염화나트륨은 겨울철 제설제로 흔히 쓰이는 물질이라고 환경부는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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