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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을지면옥 강제철거 안 한다”…세운재정비 전면 재검토

서울시 “을지면옥 강제철거 안 한다”…세운재정비 전면 재검토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1-23 11:50
업데이트 2019-01-23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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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 등 생활유산 보존 추진…공구상 밀집한 수표 도시환경정비사업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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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노포 보존 추진 계획 밝히는 강맹훈 실장
세운상가 노포 보존 추진 계획 밝히는 강맹훈 실장 강맹훈 도시재생실장이 23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 룸에서 ‘세운상가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오래된 가게 보존 추진’ 계획을 밝히고 있다. 2019.1.23
연합뉴스
서울시가 최근 철거 논란이 불거진 을지면옥을 비롯해 세운상가 일대 오래된 가게(老鋪) 보존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현재 진행 중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을 이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전면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한다고 23일 밝혔다.

서울시는 “2014년 수립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 계획이 ‘역사도심기본계획’ 상의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추진됐다고 판단하고 이제라도 이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보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 양미옥 등은 중구청과 협력해 강제로 철거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공구상가가 밀집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은 종합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추진 진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구역은 작년 12월 중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강맹훈 도시재생실장은 “수표 지구는 기존 상인의 이주대책이 미흡하고, 공구상가 철거에 따른 산업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서 종합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 진행을 위한 행정절차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한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수표구역 내 보전할 곳과 정비할 곳에 대한 원칙을 정해 실태 조사할 예정이다.

아울러 소유주, 상인,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만든 뒤 협의를 거쳐 올해 말까지 세운상가를 포함한 도심전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중구 인쇄업, 가구·조명상가, 종로 귀금속, 동대문 의류상가·문방구 등 일대 도심제조 및 유통산업 육성방안이 종합대책에 담긴다.

육성방안의 주요내용은 ▲ 현황조사 연구 ▲ 유통시스템 고도화, 홍보 콘텐츠 지원 등 도심제조업 육성 및 지원 프로그램 운영 ▲ 도심 내 공공부지를 활용한 대체부지 확보 및 상생협력 임대상가 공급 ▲ 영세 제조산업 환경오염방지 대책 마련 및 공동작업장 지원 등이다.

영세 전통 상인을 위해서는 공공 임대상가를 조성해 상인에게 제공하는 ‘공구혁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공구·인쇄업 등 도심전통산업이 밀집한 세운상가 일대는 전후 한국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으나 산업 고도화로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대부분 업체가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울시는 1979년부터 세운상가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2006년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지정한 데 이어 2009년에는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 대규모 통합개발을 골자로 한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사업추진과정에서 소상공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전면 철거식 통합개발에 따른 비판이 불거지자 2014년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했다. 기존 8개 구역을 171개 구역으로 세분화하는 한편 세운상가군은 존치하고 주변의 옛 물길과 가로 등은 보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올해 공구상이 밀집한 3-1·4·5 구역 철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최근 을지면옥과 안성집 등 유명 맛집도 철거위기에 처했다는 뒤늦게 소식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2015년 수립한 ‘역사도심기본계획’에 생활유산을 정리해 반영했으나 법제화된 제도가 아니어서 정비 사업 추진과정에서 일부가 철거 대상이 되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했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가 2015년 세운 역사도심기본계획에 따르면 세운상가 일대에서는 을지면옥, 양미옥, 조선옥, 우래옥, 을지다방 등 13곳이 보존 가치가 있는 생활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후 사업시행인가와 보상 협의 과정에서 생활유산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생활유산은 법적으로 철거요건이 된다고 해도 업주의 의사에 반해 강제 철거되지 않도록 행정적으로 조치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철거를 위한 관리처분인가를 내주지 않거나 정비구역을 재조정해 해당 점포를 제외하는 방안 등이 있다.

박원순 시장은 “생활유산과 도심전통산업을 이어가는 산업 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고 활성화한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온 소중한 생활유산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시의 재검토 계획 발표 후 시청 앞에서는 재개발 찬성과 반대 측 집회가 나란히 열렸다.

‘세운 3구역 영세토지주’ 100여명은 “박 시장이 일부 공구상인과 시민단체 말만 듣고 급작스레 계획을 뒤집었다”며 예정대로 재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와 공구상인 30여명은 “서울시 발표를 환영하지만 세운 3구역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서 우려된다”며 보존 대책을 촉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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